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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의 뿌리는 뉴라이트 대안교과서·교학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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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내놓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아버지는 ‘교학사 교과서’, 할아버지는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까.

민족문제연구소(민문연)는 8일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2008년 뉴라이트계열 교과서포럼이 발간한 대안교과서, 2013년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역사인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집필진과 편찬심의위원 상당수가 뉴라이트 계열 ‘보수·우편향’ 학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문연은 “국정교과서의의 뿌리가 교학사 교과서, 대안교과서로 이어진다”면서 교육부의 고등학교 <한국사> 최종본의 서술을 교학사 교과서·대안교과서와 비교했다.

민문연은 일제강점기 부분에서 세 교과서에 이어지는 흐름은 ‘식민지근대화론’이라고 평가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라이벌’이었던 안창호 선생에 대한 서술의 경우 대안교과서에서 ‘초대 총회장’으로 잘못 서술한 오류가 국정교과서 최종본에서 또다시 반복됐다.

일제 ‘수탈’에 대해선 소극적으로 표현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안교과서에서 ‘수출’이라는 표현이 교학사 교과서에서도 ‘쌀 수출’로 반영되었다가, 국정교과서에선 ‘일본으로 반출’되었다는 중립적 용어가 사용됐다. 이준식 민문연 연구위원은 “뉴라이트에서 주장하는 정상적인 경제 행위로 수출되었다는 표현이 교학사 교과서에도 나왔다가 여론에 뭇매를 맞고 국정교과서에선 반출이라는 중립적 표현으로 쓰였다”면서 “국정교과서에선 수탈이라는 표현도 쓰긴 하지만 면피용 서술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민족주의 우파 진영이 내세운 실력양성운동에 대해선 ‘민족실력양성운동’이라는 신조어를 내세운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을 그대로 답습했다. 이준식 연구위원은 “이 용어는 학계에서도 쓰지 않고, 검정 8종 교과서 중 교학사만 유일하게 사용한 용어”라면서 “자본가들이 참여한 민족주의 진영을 띄우려는 의도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박한용 민문연 교육연구실장도 “역사학에서는 용어가 중요한데 ‘10월 유신’을 ‘10월 민주 유신’과 같은 식으로 표현한 것”이라면서 “교과서에 자기들만 사용하는 용어를 넣었다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일제 식민지 피해 서술을 하면서도 ‘강제 동원’이라는 서술 대신 ‘참여’, ‘참가’ 등 중립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강제성을 배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한용 교육연구실장은 “조선도 전쟁에 나가고 참여도 했다는 공범론으로 읽힐 수 있어 식민지 피해자인 우리로선 강제동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면서 “일본 우익교과서면 참여나 참가라고 했겠지만, 국가 강제동원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굳이 세 교과서가 비슷한 맥락의 참여, 참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신 시절로 회귀한 ‘반공적’ 세계관도 지적됐다. 1920년대 사회주의 운동을 서술하면서 세 교과서는 모두 ‘분열’과 ‘갈등’, ‘대립’ 등 편향적인 서술을 했다. 이어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 세력이 힘을 합친 ‘신간회’의 탄생 과정에 대해서도 전후관계를 뒤집어 부정적인 서술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준식 연구위원은 “기존 검정교과서에선 사회주의가 들어오면서 분열됐지만, 민족 독립을 위해 연대했다는 점에 유의하라고 했지만, 세 교과서는 유독 대립과 분열에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반공주의적 시각을 강조하다보니 교과서 이해가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파시즘 대 반파시즘의 대결 구도를 ‘전체주의의 대두’로 설명하다 보니 내용이 꼬였다는 것이다. 기존 검정 교과서에선 당시 추축국 진영인 독일-이탈리아-일본 대 연합국 진영인 영국-프랑스-미국-소련이 맞선 파시즘 대 반파시즘 대결 구도로 설명하는 데 비해 교학사 교과서와 국정교과서에선 스탈린 치하의 소련 공산주의 체제를 파시즘 국가들과 함께 전체주의로 묶으면서 소련이 어째서 연합국과 함께 싸웠는지 이해할 수 없게 만들어 놨다는 지적이다.

현대사 서술의 경우 이승만, 박정희 정권 독재를 미화한 기조가 그대로 이어졌다고 민문연은 지적했다. 다른 역사교과서에서는 5·10 총선거에서 일부 친일파의 피선거권이 제한됐다는 사실이 제시된 바 없으나, 대안교과서에 서술된 내용을 국정교과서도 따라 썼다.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은 “이승만 정권이 친일과 무관한 듯 보이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이 사실을 강조했지만, 실제 피선거권이 제한된 사람이 출마한 경우도 여럿일 뿐더러 당시 군, 경찰, 사법관료 등 국가권력이 친일파로 세워졌다는 사실이 누락됐다”면서 “당시 선거가 분단으로 이어지면서 김구, 김규식 등 민족주의자들이 선거를 거부했다는 사실이 더 핵심인데 정작 언급이 안됐다”고 말했다.

3·15 부정선거의 책임을 이기붕으로 돌리면서 이승만 대통령의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서술하거나, 5·16 군사쿠데타의 ‘혁명공약’이 원문대로 수록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제시됐다. 그 외 사진캡션 오류, 잘못된 사진 사용 등의 문제도 지적됐다.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은 “표준이 되는 국정교과서는 일반 출판물의 참고가 되는 권위가 있기 때문에 오류가 재확산되는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2017-02-08>경향신문

☞기사원문: “국정 역사교과서의 뿌리는 뉴라이트 대안교과서·교학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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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정교과서, 뉴라이트 교과서·교학사 교과서 베꼈나

☞민중의소리: [카드뉴스] 국정교과서가 뉴라이트 교과서를 베꼈다는 5가지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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