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매하기] 『내일을 여는 역사 2017년 봄 66호』
<내일을 여는 역사>는 2000년 창간해 현재까지 17년 동안 역사대중화를 위해 힘써온 잡지입니다. 2016년부터 ‘내일을여는역사재단’과 ‘민족문제연구소’가 함께 힘을 합치고 있습니다. 친일·독재 비호세력들이 어줍지 않게 국민들의 일상과 정신세계마저 지배하려는 이때, 우리들은 힘을 합쳐 관제 역사의 전파를 막는 데 앞장서고자 합니다.
<내일을 여는 역사>가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면서, 우리 역사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낡은 것들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려면
작년 11월부터 ‘촛불항쟁’이 본격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제 갈 길을 찾아가는 듯합니다. 조금 떠들썩하고 어수선해 보일 수도 있고, 또 일부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라가 두 동강 나고 있다고 우려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며 새로운 길을 찾아가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썩고 곪은 것이 세상에 드러났고 그것을 잉태한 낡은 것이 생명을 연장하려 할수록 새로운 것이 더욱 선명하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통은 변화를 요구하고 변화는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새로운 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되고 안락한 삶의 터전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 안에 들어와 자리 잡은 낡은 것들이 어디 박근혜-최순실 집단의 국정 농단뿐이겠습니까.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해 교묘한 수단으로 이익과 권력을 독점하는 농단은 우리 사회의 곳곳에 적폐를 양산했으며, 부조리와 모순은 관례나 불가항력으로 방관되고 암묵되기 일쑤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직시하고 해결해야 할 것은 그 과정에서 자행된 타락과 인간성의 상실일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를 넘어 ‘촛불항쟁’ 과정에서 터져 나온 아우성도 그러한 지독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1972년에 대통령 박정희는 헌법 기능을 정지시키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한 후 이른바 ‘유신헌법’을 공포했습니다. 이 헌법은 삼권 분립과 의회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정했을 뿐 아니라 군사정변을 계기로 대통령이 된 박정희에게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을 부여했습니다. 더욱이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관변기구에서 6년 임기의 대통령을 횟수에 관계없이 선출하도록 하여 박정희는 영원히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폭압적인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학생․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대통령 박정희는 1974년 벽두부터 ‘유신헌법’에 근거해 긴급조치를 연이어 발동했습니다. 이 긴급조치로 ‘유신헌법’에 반대하면 영장 없이도 체포해 비상군법회의에 회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해 4월에는 유신체제에 반대하던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에게 국가 변란을 기도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그 배후로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를 조작하여 그 관련자 8명의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이렇게 유신체제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에 한 권의 책이 발간되었습니다. 1974년에 처음 유신의 세상에 등장해 유신체제를 아래로부터 허물어갔던 이 책은 리영희의 평론집인 『전환시대의 논리』입니다. 이 책은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알려진 안데르센의 우화로부터 시작합니다. 이 우화를 통해 리영희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진실을 말한 소년의 용기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진리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허위가 진리의 가면을 쓰고 나타날 수 있는 그 사회의 제도와 풍토”였고, “왕국을 지배한 타락과 비인간화와 비굴과 자기 모독, 그리고 지적 암흑상태가 결과한 인간 파괴와 사회적 해독”이었습니다.
박정희가 측근에 의해 살해된 지 37년이 지난 작년 11월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항쟁’ 과정에서 기억해야 할 것도, ‘촛불항쟁’이 나아가야 할 길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리영희의 통찰을 오늘에 되살려 보면, ‘촛불항쟁’이 발화하기까지의 과정에 “얼마나 많은 인간적 타락과 사회적 암흑과 지적 후퇴가 강요되었느냐 하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이번 호는 ‘촛불항쟁’을 기록하고 ‘촛불항쟁’이 나아가야 할 길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검토해 보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국정 한국사교과서와 문화 통제 등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았으며, 사료와 체험과 공간을 통해 우리 역사를 현실화하고 우리 현실을 올바르게 역사화해 보고자 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고 알아야 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 모두의 삶을 좀 더 평안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학문들 역시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만, 역사는 오늘을 있게 한 근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 잡지는 오늘을 살아가며 오늘을 역사화 하는 일상의 시민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촛불광장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국민이 그 주권자임을 외치는 시민들의 비폭력 직접 행동이 제도적 개혁을 견인하며 낡은 것들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 가는데 우리 잡지도 미력이나마 힘을 다하리라 다짐하며 춘삼월의 봄소식을 기다려 봅니다.
2017년 3월
신용옥(본지 편집장)
목 차
1. 여는 글 / 신용옥
2. 통일 에세이
●트럼프 미국과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 / 강정구
3. 쟁점으로 보는 역사
●식민지 근대화론이 왜 문제인가? / 이준식
●반공 민족주의와 자유 민주주의의 기묘한 동거 – 국정 한국사교과서의 실상과 허상/ 지수걸
4. 지금 우리는? (50매)
●[좌담] 2016 ‘촛불항쟁’에 대한 기록: 한국 민주주의의 길을 찾아서 / 정해구, 김건우, 금보운, 안진걸, 홍일표
5. 사실(事實)과 사실(史實) (40매)
●4·19, 왜 미완의 혁명인가? / 노영기
●‘박정희주의’의 실체와 한계/ 이나미
●2017년에 생각하는 ‘1987년 체제’ / 서복경
6. 인물로 보는 역사
●『반독재민주화 열전』 이돈명, 인권변론의 큰 산/ 김정남
●『조선의 사상가 열전』 소론 정승이 장희빈을 살리려 한 이유는? -명곡 최석정의 정치 노선과 탕평론 / 김용흠
7. 사료의 재발견 (30매)
●『동호문답』, 율곡 이이의 개혁청사진 / 김경래
●『국민보도연맹 울산군연맹 맹원명부』를 통해 본 전향과 통제의 기록/ 김선호
8. 체험과 증언 (30매)
●오월에서 세월호로 -국가권력과 맞서 싸우는 미술가, 홍성담 / 이나바 마이(稻葉眞以)
9. 역사와 공간 (40매)
●조국이 잊은 이름 ‘에네껜(henequén)’ / 이종득
●선춘령(先春嶺)과 공험진(公嶮鎭)은 두만강 이북에 있었나? / 정요근
●전주 향교, 호랑이 촐몰에 대비하다 -조선 초기 전주부를 찾아서/ 김창회·신동훈
10. 예인열전
●조희룡, 19세기 묵장의 영수(I) / 최열
11. 예술과 현실의 소통 (40매)
●블랙리스트와 서명(署名)의 정치 / 허민
●동상, 기억에서 환기로 / 조은정
12. 내일을 여는 책 (30매)
●‘세 개의 국가’의 틈바구니에 존재하는 ‘자이니치’의 정신사 -윤건차, 『자이니치의 정신사』, 한겨례신문사, 2016 / 박진우
13. 독자마당 : 내가 쓰는 역사 (30매)
●여럿이 함께 가는 길/ 이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