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구지법의 결정이 국정교과서 문제를 마무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1. 오늘(3.17) 대구지방법원이 문명고등학교 학부모가 낸 ‘연구학교 지정처분의 효력 정지 신청’을 인용하였다. 당초 박근혜정부는 국정교과서 100% 보급을 목표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국정 역사교과서는 단 한권도 교육 현장에서 주교재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하며, 그 의미를 다음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사법부가 행정부의 권력 남용과 자의적 행사에 제동을 걸었다. 작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됨에 따라 국정교과서도 폐기될 운명에 처하였다. 그러자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학교 현장 배포를 위해,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 혼용, 연구학교에서의 국정교과서 사용, 국정교과서의 보조교재 활용 등 갖은 꼼수를 동원하였다. 올 1월 20일 국회 상임위에서 국정화 금지법이 통과되고, 국회 본회의에서 중·고등학교 역사과목의 2015개정 교육과정 시행시기를 1년 유예하여 2019년 3월부터 적용할 것과 국정 역사교과서와 관련한 연구학교 지정을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까지 채택하였으나 교육부는 막무가내였다. 이런 와중에 법원이 효력정지신청을 인용함으로써, 교육부의 독주로 인한 교육행정 및 교육현장에서의 혼란을 수습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현장에서의 갈등이 가라앉고 역사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둘째, 학생의 ‘학습권’과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을 ‘헌법 가치’로 인정하였다. 법원은 문명고가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하여 역사수업을 진행함으로써 학습자인 학생들의 인격발현과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학생의 학습권 및 학부모의 자녀 교육권은 결코 희생되어서는 아니 되는 “헌법상 보장되는 중요한 기본권”이라는 점을 들었다.
셋째, 국정교과서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개진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다며, 그 이유로 “어쩌면 위헌적일지도 모를 국정교과서를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것은” “학생 및 그들의 학부모가 받게 될 불이익은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봄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2. 법원의 판단대로 국정교과서 금지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국정교과서 위헌·위법에 대한 학계와 법조계의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같은 맥락에서 헌법소원 및 행정 소송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역사학계와 교육계는 오래전부터 국정제에서 검·인정제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유발행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또한 이미 1992년에 “국정제보다는 검·인정제가,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가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유엔 역시 2013년에 “국가가 역사교과서를 하나로 줄이는 것은 퇴보적 조치이며 국가가 후원하는 교과서는 정치화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3. 국정 역사 교과서 철회는 박근혜 탄핵과 마찬가지로 주권자인 국민의 엄중한 명령이다. 교육부는 국정역사교과서 고시를 철회하고,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법사위에 계류 중인 국정교과서 금지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서울 행정법원 또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조속히 인용해야 하며, 헌재도 위헌판결을 내려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사회를 혼란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국정 역사교과서가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와 교사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학계 전문가로부터 권위를 인정받는 역사책이 될 수 있다.
2017년 3월 17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