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선군공세와 촛불은 하나로 만난다>
트럼프 정권의 출범과 맞물려 한반도 정세의 지각 변동을 알리는 신호들이 연달아 울리고 있다. 북한은 미국을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가 준비되고 있음을 연초부터 공개하였으며 미국의 트럼프 정권은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하며 대북강경정책을 예고하였다. 미국무장관 틸러슨은 최근 중국,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핵미사일문제가 가장 사활적인 문제라며 세컨더리 보이콧을 비롯한 대북제재의 강화를 강박해 나서고 있다.
북미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이런 양상들은 현상적으로만 보면 박근혜 정권을 나락으로 몰아넣고 끝내 파멸시킨 촛불과 무관해 보인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 전반을 보자면 결코 무관하지 않다. 단지 세상 만사가 다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촛불과 북한의 선군공세 그것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촛불은 썩어빠진 한국의 보수정치에 일대 타격을 가한 결정적 동력이었으며 당면한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보수세력들의 정치야합시도를 한치도 용납하지 않았다. 촛불 정국에서 새로운 보수대연합의 축으로 떠올랐던 안철수의 그 어떤 행보도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불러일으키지 못하였고 또 하나의 축으로 각광받았던 반기문은 내외의 비판여론에 결국 스스로 대권도전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정국에서 그동안의 지배질서를 유지하고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미국과 보수세력들 특히 박근혜와 군부호전세력들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들은 제2의 광주와 같이 민중의 피를 보고서라도 자신들의 집권위기를 돌파하고 한국정치지형을 새롭게 재편하려는 갈망이 적지 않았다. 친박세력들이 계엄령 선포를 주장한 것이 결코 빈소리가 아니다.
만약에 북한의 선군억제력이 강력하지 못하고 촛불 투쟁에 나선 진보개혁세력들이 분열되고 또한 정치공작에 의해서 촛불이 보혁대결구도에 휘말렸다면, 보수세력들과 군부호전세력들이 계엄령으로 국민들을 피로써 진압하겠다는 생각을 실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북한의 선군공세는 너무나도 강력하였다.
박근혜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되기 몇 일 전에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언론에 의하면 그 날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스커드 ER로 총 4발이 1,000 미터 고도의 야산 논바닥에서 이동식 발사대에 의해서 발사되었다고 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실동 훈련이었고 탄도미사일 전쟁 훈련이었다. 북한에서도 그 날 있었던 미사일 발사는 일본에 있는 주일미군기지 등을 겨냥한 훈련으로 실제 핵탄두의 작동을 시험한 훈련이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이 차륜형 이동식 발사대를 야산의 논바닥에 전개함으로써 주로 도로와 터널을 이용할 것이라는 한미정보당국의 예상이 깨졌고 북한 미사일에 대한 킬체인은 탐지 단계에서부터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 이날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들은 매우 좁은 거리를 두고 거의 동시에 발사되었다. 공개된 사진에 의하면 미사일의 비행운들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궤도 제어 기술이 최상의 경지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커드 ER은 기존 스커드 미사일의 사거리 연장형으로 기존 스커드 미사일의 사거리가 300 내지 500 KM 수준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미사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한미정보당국의 분석에 의하면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은 최종 낙하단계에서 텀블링을 하면서 불규칙 궤도를 그리기 때문에 요격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불규칙 궤도에도 불구하고 그 정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한미정보당국의 공식적인 평가이다.
한마디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한미정보당국의 탐색을 따돌리고 아시아태평양 주둔 미군의 핵심발진기지인 주일미군기지에 핵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한국군이 국내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인다면 그것이 과연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북한과의 전면전으로 번진다면 미군과 한국군이 이를 버틸 수 있는가? 결국 계엄령이라는 카드를 국내 정치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후과가 따르게 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촛불 투쟁이 이처럼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런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역관계에 있었던 것이고 여기에서 북한의 선군공세가 주었던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혹자는 북한의 선군공세가 무슨 대단한 것이기에 촛불에 영향을 주는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트럼프 정권은 등장하자마자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자신들의 최우선 과제라고 공연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북한에 의해서 미국이 놀아났다는 발언이 백악관에서 나오는가 하면 전면적인 대북정책의 재검토, 새로운 대북 제재 안의 마련이나 대북 선제공격의 검토와 같은 초 강경 발언이 나오는 상황 자체가 이미 북한의 선군공세가 주는 무게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무장관 틸러슨이 중국, 일본을 방문하면서 중국에게는 북한에 대한 철저한 압박을 일본에게는 미국의 전략적 발진기지로 역할을 충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많은 국내외 대외정책전문가들은 트럼프 정권 대외정책의 일 순위는 중동에서 러시아와 협력 내지 힘의 분점을 통한 IS의 척결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사실 트럼프는 당선되기 전에 오바마의 중동정책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었고 IS에 대한 적대의식을 공공연히 표현하여왔다. 이런 연장에서 중국과 북한도 IS와 협력하고 있다는 근거가 없는 선전공세를 펴기도 하였다. 이런 트럼프 정권이 집권하자마자 하고 있는 것이 대북정책의 재수립이고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이다. 틸러슨 미국무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심각하며 주의 깊게 다루어야 한다고 하였다. NYT에서는 오바마 정권이 작년에 연달아 있었던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실패로 만들기 위해서 북한의 미사일 부품조달이나 발사 전 단계에 개입해 (그 형태는 공작이나 전자파 공격으로 추정됨) 일부 성공하기도 하였는데, 결국 북한의 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이마저 무력화되었다고 보도하기도 하였다.
이는 미국의 행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얼마나 발목이 잡혀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런 처지에 있는 미국이 한국의 군사지휘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군사작전지휘 체계로 인하여 계엄도 미군의 승인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쟁의 징후를 판단하는 것도 전쟁의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미군의 전략정보부대의 보고를 받는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이다.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군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으며, 촛불투쟁을 막아 나서려는 박근혜와 군부호전세력들의 동향에 관심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미국과 박근혜는 자신들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인 군사력을 촛불진압에 사용하지 못했다. 북한의 선군공세가 미국과 박근혜의 군사력을 붙잡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촛불의 정신은 국민주권, 민주주의이며 나아가 자주와 평화이다. 그리고 그 자주와 평화는 전민족적인 투쟁으로 지켜지며 민족적 자주권을 빼앗고 짓밟아 나선 제국주의세력과의 치열한 투쟁에서 쟁취할 수 있다. 당면한 촛불 항쟁도 종국에는 전 민족의 자주와 평화를 달성하는 역사적 위업, 조국통일의 대업을 달성하는 데서 거대한 발걸음으로 될 것이다. 그리고 촛불항쟁은 바로 북한의 선군공세로 더 튼튼한 지붕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