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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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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조선침략사 연구의 선구자
야마베 겐타로와 현대
나카츠라 아키라 편저/ 김성순 옮김/ 씨ᄋᆞᆯ누리

가을이 한창 깊어가던 무렵인가 집회장에서 덕천포도원 김성순 어르신한테서 한 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어르신이 번역하신 책이었다.

그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봄이 올 무렵이었다. 처음엔 낯선 일본인의 이름과 글이 지루했지만, 이토오 히로부미, 청일전쟁, 러일전쟁, 동학농민전쟁 이런 단어들이 언급되기에 참고 읽어 내려가다보니 조금씩 빠져 들어갔다. 3분의 2에 이르러서는 이럴 게 아니라 정리해 놓아야겠다 싶어서 볼펜과 공책을 찾아 앞 부분을 다시 찾아 정리하며 읽었다.

야마베 겐타로는 15살에 견습점원, 16살에 양말공장 노동자였던 보잘 것 없는 학력의 소유자다. 그는 일본사회운동사를 공부하다가 근대의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조선 침략 사실을 밝히고, 그 역사를 확실히 기억하는 것이 불가결하다고 주장하며, 스스로 그 연구에 힘을 쏟은 역사가이다.

그가 가장 경계한 것은 역사를 이야기로 바꾸어버리려는 세력들의 행태다. 그들의 특징은 과거를 말하지 않고 오직 미래지향을 말(어디서 많이 들은 주장이 아닌가)하는 데 있다.
아베는 역사를 말소하고 망각시키는 의도적인 언설을 한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마음대로 지워버릴 수 없다. 역사를 제멋대로 말소, 망각하는 이상 이웃 여러 나라와의 진정한 우호 관계가 생겨날 턱이 없다는 것이 이 글을 쓴 저자의 주장이다.

지금도 살아있는 야마베의 가르침은
① 일본의 근대사를 이해하려면 조선 문제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것.
“일본의 사회운동사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발달의 역사를 연구해야 하는 것… 조선을 병합해서 일본의 완전한 식민지로 만든 것이 일본의 자본주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이 그 동안의 연구에서는 무시되고 있었다.”(일한병합소사 서두 부분에서)

“나는 조선사는 먼저 일본의 조선 침략 사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일본인이 쓴 대부분의 조선사는 거짓과 속설 위에 세워진 것이라 해도 좋다. 나는 먼저 이 거짓과 속설을 타파하는 데 힘을 쏟은 셈이다.”(일한병합소사 서두 부분에서)
한평생 청일전쟁과 동학혁명을 연구하며, 메이지 유신이후 추구한 일본의 근대화 정책이 “사실은 약자의 불행 위에 강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잘못된 약육강식의 정책이다. 붓으로 쓴 거짓은 피로 쓴 진실을 감출 수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였다.

일본의 근대, 그리고 이후의 역사 전개는 조선을 식민지배하면서 약탈한 자원을 토대로 비로소 가능했다는 얘기다. 근대 일본은 조선 식민지배 착취 없이는 성립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발달한 일본이 조선을 근대화 시켰다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말하고 있다.

② 국가를 통치하는 모든 권한을 천황이 장악한 독재 통치 아래서는 역사적 진실이 은폐돼 왔다. 그래서 그런 책이나 편찬물로 공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대왕의 “나는 어용학자 같은 것은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의 권력을 쥐고 있으려면 그 정책이나 방침 등을 변호해 주는 학자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말처럼 어용학자도 굳이 부탁을 받지는 않았겠지만, 언제나 정권에 있는 지배자를 변호한다. 이에 대해서 반항하고 좀 더 현대에 가까운 것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제 1차 사료를 찾아라. 살아 있는 사료, 손 대지 않은 사료를 찾아 공부하라!”
그는 “근대 조선은 일본의 침략 역사이기 때문에 일본의 대륙정책을 변호해서는 올바른 조선사를 쓸 수 없을 것이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국립국회도서관 헌정자료실을 거점으로 하여 연구했다.

“‘조선인의 고뇌를 자기의 고뇌를 삼는다’는 태도 등은 사실 불가능한 것 아닌가… 나는 오히려 일본인은 일본인으로서, 즉 침략국의 인민으로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략의 역사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이 조선의 역사 특히 근대 조선의 역사를 쓸 때는 일본의 침략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태도로 연구했다.

그가 중시한 것은 필사였다. 인용 사료의 대부분을 거의 완전한 형태로 수록하고 그 사료에서 끌어내는 사실의 의미 부여를 극히 간결하게 서술하여 자의적인 해석을 하지 않고 엄밀한 사료 비판을 거쳐 엄선된 자료를 통해서 역사의 원상태를 드러나게끔 한다는 것이 야마베의 역사학이었다.

가장 존경스러운 점은 이토 히로부미나 무쓰 무네미스(일본 외상) 등에게 평화주의적인 정치가라는 이미지를 입히는 것은 그들의 조선 정책, 조선 인민에 대한 제국주의적 억압의 실태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과오로 이어지게 된다고 통찰한 점이다.

‘제 2차 세계대전 때의 천황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 현재 일본의 역사 인식에 뿌리박힌 독선의 근본 원인이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그런 일본에서 마치 천황의 존재가 일본의 진보에 불가결한 조건이었던 것처럼, 또 천황가가 일관되게 ‘평화적’이었던 것처럼 내세우는 언설이 마치 ‘진실’인양 지금도 통용되고 있는 이 일본에서’ 야마베 겐타로의 60년 전 발언은 시간을 넘어 지금도 여전히 신선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본은 1945년의 패전을 어떻게 보았는가? 국민은 일본제국 최고의 권력자인 ‘천황의 명령’에 따라 행동했는데 천황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다. 또 일부 국민 사이에서 천황의 전쟁 책임을 묻는 소리도 크지 않았다. 중국을 비롯 아시아 국가 및 서남 태평양 여러 섬에서 2,000만이란 사람들을 죽이고, 일본인도 31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일본제국의 최고 권력자인 천황이 면책되고, 이 전쟁의 책임을 극히 일부의 군부 지도자들의 것으로 돌려 패전 후의 정치적 사상적 상황을 타개해 왔다. 일본은 패전의 기점은 만주사변이라 생각하는데 이는 메이지 이후 손에 넣은 식민지를 비롯해 대국으로서의 이권을 모두 잃었다는 상실감은 있어도, 그 식민지를 어떻게 획득했는지 그 과정에 관해 묻는 시점이 결여되어 있다.

야마베는 일본의 근대에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연구를 통해 일본의 권력자에 의해서 위조된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한 역사로 시민에게 환원한다. 즉 평화주의자인 양 포장된 이토 히로부미나 무쓰 무네미스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을 1차 사료를 찾아내어 밝혀내고 정부와 군부가 함께 침략의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밝혀냈다.

따라서 일본이 일관되게 평화를 위한 한 길을 걸어왔다는 아베의 말이 얼마나 거짓말이며 그런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 급기야 자기를 정당화하는 것이 이 나라의 총리,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고 미래지향을 말하는 것이 이 일본이라는 나라의 모습이라면 그 나라에 미래는 없다고 야마베의 제자인 저자는 말한다.

이 글의 끝에 저자는 하니 고로가 쓴 “야마베 겐타로의 ‘일본의 한국병합’을 읽고”의 모두 부분을 적었는데 너무 좋아서 인용해 본다.
“붓으로 쓴 거짓은 피로 쓴 진실을 감출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루쉰의 이 말을 상기하는 것은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조선 문제란 일본국민에게는 사실 일본 문제이다. 일본의 지배자가 조선을 향해 무슨 짓을 했는지, 그 진실의 인식이 없이는 일본국민의 자각은 결코 진실이 될 수 없다.”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스러운 우리 어용역사학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야마베님의 연구 태도는 우리 리영희 교수님의 “내가 추구하는 것은 애국이 아니라 진실이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두 분 다 안 계시구나. 좋은 글을 번역하고 소개해 주신 김성순 어르신께 거듭 감사를 드리며 우리 선생님들이나 시민들도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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