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로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보수성향 학부모단체 대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공소를 제기하라”고 결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제29형사부(김주현 부장판사)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낸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보수성향 학부모단체 대표인 방모씨(48)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라고 18일 결정했다.
한국 근현대사 연구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하고 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해왔다. 방씨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박정희 대통령을 친일파로 조작한 민족문제연구소는 박원순 시장이 만든 단체다’ ‘박원순이 만든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조작한 박정희 대통령 사진으로 선동질하고 있는 빨갱이들 보세요’라며 수차례 욱일승천기를 배경으로 일본군 군복을 입고 일본도를 들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실제로는 일본의 한 누리꾼이 조작한 것으로, 민족문제연구소와는 상관이 없었다.
서울고법은 방씨가 올린 내용 가운데 ‘민족문제연구소가 사진을 조작했다’는 부문은 허위사실이 명백하고, 글을 올린 동기 등을 종합할 때 방씨가 이를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공소를 제기해야한다고 판단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해 3월 ‘연구소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작성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방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방씨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북부지검은 지난해 ‘방씨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해당 게시물을 올린 것’이라며 불기소 처분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명부에 등재한 것에 대해서는 논쟁이 존재하고, 방씨가 이런 역사적 내용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와 다른 의견이 있음을 알리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게시글을 리트윗한 것이므로 ‘비방하려고 게시물을 올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곧바로 항고했지만 지난 2월 서울고검이 항고를 기각하자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4일 “법원의 이번 판단을 환영하고 존중한다”면서 “학술적이고 건전한 비판은 언제든 수용하고 함께 논의하겠지만 상식을 벗어난 비난과 모략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반드시 법적인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사소송에서도 법원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4단독 도훈태 판사는 지난 1월 12일 “방씨가 민족문제연구소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며 방씨에게 500만원을 민족문제연구소에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당시 방씨의 소송대리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참여했던 서석구 변호사가 맡았다. 방씨는 항소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2017-05-24> 경향신문
☞기사원문: [단독]검찰 불기소 처분한 민족문제연구소 비방 사건···법원 “공소 제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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