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진실을 지켜낸 세기의 재판실화
<나는 부정한다>를 보고
신학재 회원
최근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과거 자신들의 침략 역사를 부인할 뿐 아니라 위안부 할머님들이 동의하지 않는 위안부 합의를 해놓고는 불가역적 합의니 이제 종료되었다느니 망발하고 있는 와중에 유럽판 홀로코스트인 유대인 학살과 관련한 영화 〈나는 부정한다〉를 보게 되었습니다.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는 독일도 진심으로 반성하고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뮌헨 다하우 유대인 수용소의 보존을 통해서 과거를 반성하고 있기에 대학살에 대한 이견이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극우주의자들이 수십년 간 독가스에 의한 대량학살을 부인하며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라고 거꾸로 요구한다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더구나 독일인이 아니라 승전국인 영국의 역사저술가 데이빗 어빙은 가스실 대학살을 부인하고 장장 30여 권의 저서를 써서 희생자 숫자가 과장되었으며 히틀러의 지시가 없었다고 강변하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미국의 유대학 여교수가 저술한 『홀로코스트 부정하기』라는 책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며 런던 법정에 고소하여 1996년 9월 5일부터 2000년 1월 11일까지 총32번의 공판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최종 공판 끝에 334페이지의 판결문을 통해 여교수가 승소하고, 이 재판 이후 데이빗 어빙은 오스트리아에서 기소되어 3년형을 언도받고 감옥에 수감되었다는 점을 볼 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우리의 과제인 위안부문제에 비하면 형편이 낫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처럼 독가스에 의한 학살인 경우에는 물증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고, 아무리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있더라도 별도의 증거를 가지고 있기는 쉽지 않기에 가해자가 진실을 숨기려 한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입증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에도 일본이 계속 부인하고 숨긴다면 피해자측에서 입증하기란 쉽지 않기에 일본이 저렇게 숨기고 부인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역사란 기억하고 기록하는 자의 것임을 되새기며 당연시되어온 역사도 치열한 노력 끝에 쟁취한 역사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나는 부정한다〉를 보면서 역사란 기억하고 기록할 때에만 진실이 드러나며 역사를 잊는 순간 부정하고 숨기려는 이들이 반드시 등장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아울러 위안부 할머님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반드시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고 그들의 과오를 역사책에 낱낱이 기록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