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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령골을 평화 인권의 상징적 추모공원으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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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주기 18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6월 27일 사건현장인 산내 골령골에서 진행되었다. ⓒ 임재근

1950년 군경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을 추모하는 67주기 위령제가 27일 사건 현장인 대전 산내 골령골(대전 동구 낭월동 13-1번지 일대)에서 개최됐다.

대전산내학살사건은 한국전쟁 초기부터 다음해까지 군경에 의해 보도원맹원과 대전형무소 재소자 등 7000여 명이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에서 집단으로 처형된 학살사건이다. 당시 대전형무소에는 제주4.3사건과 여순사건사건 재소자 등 2천여 명의 정치범들이 수감되어 있었고, 대전산내 민간인학살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6월 28일부터 시작되었고, 7월 17일까지 20일간 집중적으로 자행되었다.

9.28 대전 수복 이후에는 부역혐의자들이 지속적으로 학살당했다. 군경에 의해 학살된 이들은 30m, 50m, 100m, 200m 등 다양한 크기의 구덩이에 매장되었다. 구덩이의 높이와 너비도 약 2m에 달했고, 구덩이들이 약 1km 걸쳐 매장되어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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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비예술단 전연순 단장이 ‘끝나지 않은 기억’ 제목의 진혼무로 희생자들의 넋을 추모했다. ⓒ 임재근

합동위령제는 금비예술단 전연순 단장의 ‘끝나지 않은 기억’ 제목의 진혼무로 시작되었다. 헌작은 김종현 대전산내유족회 회장이 초헌을, 김홍군 대전산내유족회 이사가 독축을, 김명훈 제주 지회장이 아헌을, 김운택 여수지회장이 종헌을 맡았다. 헌작 이후에는 종교제례가 이어졌다. 종교제례에는 원불교대전충남교구에서 ‘희생영가 특별천도제’를, 천주교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에서는 ‘위령기도’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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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불교대전충남교구에서 ‘산내학살사건 희생영가 특별천도제’를 진행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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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에서 ‘산내학살사건 희생 위령기도’를 진행했다. ⓒ 임재근

대전 산내 골령골, 2020년까지 전국 추모시설로 조성

합동위령제에 이어 추모식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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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주기 18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6월 27일 사건현장인 산내 골령골에서 진행되었다. ⓒ 임재근

추모식에서 유족대표 인사에 나선 김종현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아직도 산내 골령골 골자기 어디에서 유해가 나뒹굴고 있다”며, “하루 속히 발굴하여 편히 모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아픈 상처는 덮는다고 잊혀 지지 않는다”며, “옳지 않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은 명백히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직 못다 한 조사와 유해 발굴, 위령시설 설치 등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갈 새로운 역사는 더 이상 증오의 역사가 아닌 화해와 평화의 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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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식에서 유족대표 인사에 나선 김종현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 ⓒ 임재근

이날 추모식에는 산내골령골 일대가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공원’으로 조성된다는 소식이 전달되었다.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공원’은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지난 해 초 행정자치부 과거사지원단에서 조성계획을 마련한 후 부지선정 및 사업추진을 시작하였고, 지난 해 9월 여러 공모지역 중 대전산내골령골을 사업대상지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사건현장을 포함하여 10만㎡(약 3만평)에 대하여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에 걸쳐, 국비 295억원을 들여 추모 및 봉안관, 교육 전시관, 상징조형물, 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 경과보고’에 나선 홍경표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사무국장은 “추모공원은 화해와 교육의 장, 유가족과 시민이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품격 있는 시설로 조성하여 평화와 인권의 상징적인 장소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하여 정부와 대전시, 국회와 대전시의회도 적극적인 협조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계의 추도사도 이어졌다.

대전광역시장을 대신 참석한 이재관 부시장이 권시장의 추도사를 대독했다. 권선택 시장은 추도사를 통해 “잘못된 과거사는 결코 저절로 사라지는 법이 없다”며, “이를 제대로 조사하고,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야만 우리가 더 나은 미래로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더라도, 진실이 밝혀지고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시에서 계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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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도사를 하고 있는 한현택 대전광역시 동구청장 ⓒ 임재근

대전광역시 동구 한현택 청장도 위령제에 참석해 추도사를 했다. 대전동구청장이 위령제에 참석한 것은 18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한현택 청장은 “지난 해엔 김종현 회장님과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동구청이 하나가 되어 이곳 골령골에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 전국단위 위령시설’을 유치했다”며, “머지않아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역사적 상징을 아우를 수 있는 복합기능의 추모공원이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청장은 “추모공원이 억울한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의 상처를 치유하는 한편, 국민적 화해와 상생의 장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구청장으로써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혀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대전민중의힘 이대식 상임대표는 “영령들을 무참하게 학살했던 외세와 분단세력들은 촛불정부의 대통령까지 농락하며 사드배치를 강행하더니 적폐세력의 마지막 생명을 유지시키려 또 다시 이 땅에 전쟁의 참화를 일으키려 발악을 해대고 있다”며, “영령들께서 역사의 바른 길을 밝혀주셨고, 유가족분들께서 진실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셨기에 우리가 민주세상을 열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 자주통일로 민주를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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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진행된 67주기 18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는 유족회 회원을 비롯해 전국유족회 회원, 대전지역 시민사회 인사 및 관계 기관장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 임재근

행정자치부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국가단위 위령시설 설치 자문위원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도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된 진실화해위원회의 유해발굴은 너무도 제한적이고 한시적이었다”며, “아직도 6.25전쟁 당시 희생된 많은 분들의 유해는 눈비를 맞으며 차디찬 땅속에서, 또 구천을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 산내 골령골은 우리의 아픈 기억을 되살려주는 역사의 현장”이라며 “정부는 희생자들에 대한 발굴조사와 국가 단위의 위령시설의 설치, 그리고 유족에 대한 적절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양성홍 사업부회장은 “제주4.3사건으로 인해 당시 300여명이 이유도 모르고 이 골자기에 와서 학살을 당했다”며, “올 때마다 눈물을 안 흘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맨 처음 현장에 왔을 때, 유해들이 나뒹구는 등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며, “평화공원이 조성이 될 수 있도록 제주도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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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패를 바라보고 있는 한 유족. 사건 당시 아버지를 잃은 어린아이가 벌써 백발의 노인이 되어버렸다. ⓒ 임재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안병욱 위원장도 산내학살현장을 처음으로 방문해 추도사를 했다. 안병욱 위원장은 “지난날에 자행되었던 참혹한 희생의 참뜻을 되새기고 기리면서 이 땅에서 두 번 다시 사람이 사람을 학살하는 야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평화를 이룩함으로써 우리 유족의 맺힌 통한이 값지고 충실하게 풀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골령골아…

“총탄소리 천지를 뒤 흔들 때
피와 눈물로 고랑을 만들고
꺾이고 짓밟힌 꿈과 함께
나란히 긴 무덤 만드셨네

반세기 긴 세월
뼈들도 삭고 삭아 이름도 뼈도
하나도 하나씩 흔적 지우네

수 천명 젊은 청준
민족의 아픔이여! 역사여!
내 님 소중한 희생
미안합니다.
우린 당신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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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신순란 이사(왼쪽)와 외손녀인 진은설씨(오른쪽). 가수 진은설씨는 외할머니인 신씨의 시를 노래로 만든 ‘자식 잃은 어머니 눈물’을 불렀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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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들이 헌화를 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 임재근

산내 학살사건에서 오빠를 잃은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신순란 이사의 추도시가 울려 퍼지자 현장의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이어진 추모가는 신씨의 외손녀인 진은설씨가 신씨의 시를 노래로 만든 ‘자식 잃은 어머니 눈물’을 불렀다. ‘자식 잃은 어머니 눈물’은 신순란 이사가 자식 잃고 눈물로 세월을 사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잊혀 지지가 않아 시로 썼던 것을 흥얼거리게 되었는데, 이를 작곡가 청하씨가 작곡을 도와주고, 편곡을 했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할머니를 바라보며 부르는 진은설씨의 노래에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신순란씨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바리톤 조병주씨도 추모곡으로 ‘비목’을 부르며 추모의 마음을 보탰다. 위령제 참석자들은 마지막으로 헌화를 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는 지난 2000년 처음 개최되었고, 매년 6월 27일에 사건현장인 대전 산내 골령골(대전 동구 낭월동 13-1번지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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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년 만에 남편 무덤 찾은 양순예씨 ⓒ 심규상

67년 만에 남편 무덤가 찾은 양순예씨

그는 남편이 끌려간 날을 1949년 음력 8월 14일로 기억했다. 당시 그는 충북 보은군 회인면에 살고 있었다. 남편의 충남 온양 큰 할머니 댁에서였다. 경찰은 남편(박순해)을 연행했다.

그게 그가 남편에 대한 기억의 맨 끝자락이었다. 당시 그의 나의 26살로 임신 3개월째였다. 남편이 대전형무소로 끌려갔다가 전쟁통에 어딘가에서 희생됐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양순예씨(93). 67년이 지난 27일, 그는 처음으로 남편이 묻혀 있는 산내 골령골을 찾았다. 소감을 묻자 그는 “생전 남편 유골 가까이에 오려고 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양 씨의 아들인 박준수 씨는 “어머님은 재혼도 하지 않고 지금까지 유복자인 나를 기르고 가르쳤다”며 “꼭 한번 모시고 함께 위령제에 참석하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뜻을 이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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