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강제징용 만행 애써 감추려는 일본, 통탄스럽다

1535

[리뷰] PD수첩, ‘군함도와 아베의 역사전쟁’ 통해 일본 야욕 고발

0706-1

▲ 군함도 징용피해자인 최장섭 할아버지는 < PD수첩 >에 출연해 일본의 역사왜곡 시도를 질타했다. ⓒ MBC

“역사를 속여서는 안 되거든요. 역사라는 건 곧 다가오는 미래의 지향인데 말이에요.”

군함도 탄광 강제징용 피해자인 89세 최장섭 할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탄식이다. MBC TV 시사고발프로그램 <pd수첩>은 4일 오후 ‘군함도와 아베의 역사전쟁’을 통해 군함도의 슬픈 역사를 재조명했다.

군함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생긴 이름 군함도, 일본은 이 섬을 일본 산업혁명의 유산으로 선전한다. 특히 일본은 이 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 섬엔 일제 식민지배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일본은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로 끌고 와 일을 시켰다. 비단 군함도만 아니라 야하타 제철소, 미쓰비시 광업 하시마 탄광, 다카시마 탄광 등 총 7곳에 5만 8000명의 조선인들이 고된 노동을 해야 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 같은 슬픈 역사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말 바꾸기까지 서슴지 않았다.

지난 2015년 일본이 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당시 사토 구니 주 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해 ‘(조선인의) 의사에 반해(against their will) 강제로 노역하게 된(forced to work)’이란 표현으로 강제 징용 사실을 에둘러 인정했다. 이어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석전략에 포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약속했다. 유네스코는 일본 정부의 약속을 받아들여 세계 유산 등재를 승인했다. 일본은 유네스코의 승인이 떨어지기 무섭게 말을 바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나서 ‘forced to work’이란 영어 표현이 “강제 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PD수첩은 군함도의 실상과 뒷이야기, 그리고 일본 정부의 말 바꾸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고향인 야마구치 현에 있는 쇼카 손주쿠까지 한데 묶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쇼카 손주쿠는 에도 막부 말기 부국강병과 정한론을 설파한 요시다 쇼인이 문하생을 가르치던 서당 유적이다. 조선 침략에 앞장섰던 이토 히로부미,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실질적 배후 이노우에 가오루, 가쓰라 – 테프트 밀약의 주역 가쓰라 타로, 초대 조선 총독 테라우치 마사타케 등 한반도에 마수를 뻗친 일본의 정치가들이 모두 요시다 쇼인의 문하생들이다. 요시다 쇼인의 사상적 영향은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에게까지 닿아 있다.

아베 내각은 총리실까지 나서 쇼카 손주쿠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에 심혈을 기울였다. 근대 일본에 사상적 영감을 불어넣은 요시다 쇼인의 체취를 살리려는 목적에서다. 그런데 아베 정권의 노림수는 단순히 자국의 문화유산 보존에 머무르지 않는다.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pd수첩>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증언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아베 정권 집권 이후에 더 노골화되고 있는 일본의 아시아 침략전쟁, 아시아 식민지 지배에 대한 역사들을 지워내는 과정의 일환인 것입니다.”

실제 아베 정권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을 꿈꾼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군함도, 그리고 쇼카 손주쿠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밀어붙인 것이다. PD수첩은 이 같은 아베 정권의 야욕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이 방송을 보면서 그저 통탄스럽기만 했다. 일본의 근대화는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겐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또다시 침략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으니 어찌 통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동아시아 지배하려는 일본, 그 뒤에 미국이 있다

0706-2

▲ MBC 시사고발프로그램 < PD수첩 >은 군함도를 통해 아베 정권의 역사왜곡 시도를 고발했다. ⓒ MBC

PD수첩의 방송 내용은 짜임새 있었고, 정보도 풍부했다.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을 더하고자 한다. 아베 정권이 저토록 과거사에 일말의 반성도 없이 보통국가를 넘보는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 견제라는 전략 목표를 세우고 미-일 동맹의 ‘진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를 가속화시켜 나갔다. 마침내 2015년 4월 미일 양국은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합의했다. 미일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새 가이드라인은 미일 동맹이 평화유지활동과 해상 안보, 병참 지원 등 일본법과 규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적절한 어느 곳에서나 국제 안보에 더 큰 기여를 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제 아베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평화헌법 개정까지 밀어붙일 기세다. 따지고 보면 일본 우익세력으로선 미국의 이 같은 지원이 하늘이 준 선물이나 다름없다.

종속적 한일관계 스스로 되돌아 봐야

이 지점에서 한국 외교의 현주소를 되짚지 않을 수 없다. 군함도 강제 징용 조선인의 실상, 그리고 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말 바꾸기에 대해 한국정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태도는 식민지 시절이나 지금이나 한일 관계가 종속적이라는 점을 생생히 드러낸다.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을 명시한 12.28 한일위안부합의는 이 같은 종속성의 정점에 놓여 있다. 이에 대해 <pd수첩>은 “쉽지 않은 한일 외교에서 늘 한국은 수세에 몰렸다”고 꼬집었다.

한국이 일본과의 외교전에서 번번이 고개를 숙였던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한국의 집권세력이 일본과의 관계에서 거시적 전략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관철시켜 나가려 하기보다 그때그때의 현안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기 급급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의 패착은 참으로 뼈아프다. 두 정권은 북한과의 대결정책에만 집착했다. 이는 북한의 위협을 핑계로 대중국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미일의 패권전략에 훌륭한 빌미로 작용했다.

다행히 문재인 새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미일의 패권전략에 휘말리지 않도록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게 새 정부의 과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위안부 합의도 궁극적으로 재협상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인 이용수 할머니는 <pd수첩>에 출연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못 보고 세상을 떠나면 먼저 가신 할머니들을 뵐 면목이 없다며 흐느꼈다. 이젠 정부가 나서서 불행한 과거사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차례다. 불행한 과거사는 한 번으로 족하다.

끝으로 군함도의 갱도에서 죽어간 122명의 조선인 강제 징용자의 넋을 기린다. 이분들이 속히 고국으로 돌아오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17-07-05>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강제징용 만행 애써 감추려는 일본, 통탄스럽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