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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적폐청산,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관건이다
1. 엊그제(10.11)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원회)가, 박근혜정권의 교육부가 실시한 국정화 전환 의견수렴 과정에서, 행정예고 마지막 날인 2015년 11월 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의견서가 부당한 방법으로 대량 접수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어 <보도자료>를 통해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추진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의견수렴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하여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사 의뢰를 하도록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되었던 국정교과서 찬성을 위한 ‘차떼기 여론 조작’이 사실로 드러난 데 따른 일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2. 당시 ‘차떼기 제출’ 논란이 되었던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 제출 박스에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국민운동본부’(올역사)의 스티커가 부착되어 배달되었는데, 문제의 박스들을 보낸 올역사라는 단체는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가 구성을 주도했다. 양 교수는 2015년 11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모임’ 102인 성명에 이름을 올리고, 발표회견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KBS 심야토론에 ‘국정화 지지 패널’로 나와 “검정교과서가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국정교과서 찬성 움직임을 주도했다. 양 교수는 국정화 찬성 의견 서명지 인쇄물 주문을 최종 ‘오더’한 사람이기도 하다. 당시 언론은 “양 교수가 인쇄 의뢰를 오전에 맡기고 저녁에 출력물을 실어갈 때까지 하루 종일 지켜봤으며, 계산은 신용카드로 몇 번 나눠서 했다”고 보도했다. 어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찬성의견 103박스를 출력하고 교육부로 옮긴 ‘올바른 역사교과서 국민운동본부’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였는데, 핵심을 찌르는 지적이다.
3. 교육부도 차떼기 여론조작의 공동정범이다. 당시 “밤에 찬성 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것이므로 의견서를 계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야간 대기시키라”는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의 지시가 있었으며, 이에 따라 교육부 직원 200여명이 자정 이전까지 계수 작업을 하였음이 밝혀졌다. 실정이 이런데도 교육부 관료들은 공무원으로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억울해 한다고 한다. 국민여론을 왜곡하기 위해 각종 악행을 자행한 적폐의 당사자가 일부 수구 언론과 야당에 기대 피해자로 둔갑하는 작태를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하여 진상조사위원회는 <보도자료>에서 “여론 개입 수사과정에서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나 협력 여부, 여론 조작 여부 등 사실과 관계가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신분 상 조치 등도 요청할 계획”임을 밝혔다. 국정화 찬성을 위한 ‘차떼기 여론 조작’에 부역한 교육부 관료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4. ‘차떼기 여론 조작’은 국정교과서 적폐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차떼기 여론을 조작을 감행한 박근혜정권은 검정교과서가 좌편향 되었다고 강변하면서 국정화 작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저지른 탈법과 불법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제는 파업 중인 KBS노조가 “청와대가 국정교과서 홍보를 위해 KBS와 EBS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를 하였다”고 폭로하였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에서 “교과서 국정화 성공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비판세력을 제어해야 한다.”며 “대국민 홍보 강화를 위해 KBS, EBS 등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김기춘에 이어 이병기 비서실장으로 대표되는 청와대가 국정교과서 작업에 깊숙이 개입하였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해 정권 전체가 전 방위적으로 관여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의 청와대-국정원-교육부-언론 등의 유착의혹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 역시 “여론 개입 과정에 청와대와 국정원 및 교육부가 처음부터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의심”된다고 판단한 만큼, KBS노조가 폭로한 내용에 대해서도 수사를 촉구해야 할 것이다.
5. 어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교육부 국정교과서 TF 사무실에 설치되었던 PC 21대 행방이 묘연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2013년 12월 교육부가 서울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에 21대의 PC를 신규 설치한 기록은 있지만 올해까지 회수기록은 없다고 지적하였다.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은 교육부가 역사교육지원 TF팀 사무실로 사용하던 곳으로, 2015년 10월 25일 민주당 의원들이 이곳에서 비밀리에 국정교과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항의방문을 한 바 있다. 당시 TF팀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지난 10월 1일 교육부로부터 공간을 내 달라는 전화를 받았고, 그 다음날에는 사전 답사, 이후 5일경부터 교육부 직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는 10월 12일에 이뤄졌다. 행정예고를 코앞에 두고 TF팀이 일사불란하게 조직된 셈이다. 당시 사용했던 PC에 국정교과서 추진 작업 기록이 남아있는 만큼, 교육부가 의도적으로 기기를 파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이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해야 할 것이다.
6.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한 비밀 TF의 기획팀장을 맡아 실무를 총괄한 인물은 김연석 장학관이었다. 그는 2015년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시험 문제를 출제하면 채점 시 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의 정통성, 균형 있는 역사의식 및 시각이 중요하다”고 말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2015년 10월 국감 당시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에게 기존 한국사 교과서와 집필진을 분석한 <검정교과서 분석 보고서>를 장·차관 결재도 없이 직접 제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가 전달한 이른바 ‘색깔론 보고서’에는 검인정 교과서 집필자들의 성향과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숫자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연석 과장은 최근 인천의 동인천중학교 교장으로 발령이 났다가 전격 철회되었다. 항의전화가 쇄도하자 악화된 여론이 교육부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여 발령이 전격 취소되었는데, 이를 두고 수구 언론을 비롯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두 야당은 ‘전 정부의 정책을 맡았던 실무 공무원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었다’고 호들갑을 떠는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하였다.
7. 진상조사위원회는 “촛불혁명에 담긴 상식과 원칙이 바로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출범한 위원회인 만큼, 박근혜정권의 국정화 강행 과정을 철저히 조사한 뒤 위법과 불법 사례가 확인되면 이번처럼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요청하거나 관련자의 징계를 교육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국정화 작업에 부역한 인사나 교육부 관료들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거두고 죄과에 대한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공화국의 기본원리이다.<끝>
2017년 10월 13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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