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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빛낸 인물’에 친일인사 등재…광복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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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서구가 개청 60주년을 맞아 발간한 홍보 책자에 일본강점기 때 친일행위에 앞장선 인사가 포함돼 광복회가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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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구가 발간한 홍보 책자


서구는 올해 2월 ‘삶과 낭만이 머무는 곳, 내 사랑 서구를 되새기며’라는 제목의 932페이지짜리 홍보 책자 1천 권을 발간해 관공서와 기관, 학교 등지에 배포했다.

서구 개청 60주년을 기념해 만든 홍보 책자 중 ‘서구를 빛낸 인물’ 코너에 이름을 올린 김길창 목사를 광복회가 뒤늦게 발견해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1892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난 김 목사는 서구 부용동 항서교회에서 33년간 근속한 개신교도다.

하지만 2002년 친일파 708인 명단,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2009년 친일·반민족 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 명단 등에 친일 종교인으로 등재된 인물이기도 하다.

책자 집필을 맡은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는 김 목사에 대해 친일 행적과 함께 ‘교육 없이는 전도도 없고, 애국도 없으며, 소망도 없다’는 교육 철학, 해방 전후 학교 설립 활동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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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구 홍보 책자 중 김길창 목사의 친일행위 서술 부분 [빨간색 선]

한국민족문화연구소는 김 목사가 남성초등학교, 남성여고, 대동중학교, 광성공업고등학교(현 경성전자고), 대동고등학교, 훈성여고(현 계성여고), 거제중학교(현 거성중학교), 경성대를 설립하는 등 부산 사립교육의 초석을 다진 공로자였다고 소개했다.

김 목사의 친일행위에 대해서는 “신사 참배를 독려하는 등 일제의 황민화·민족말살 정책에 동조하기도 했다. 1949년 반민족행위처벌법에 체포됐으나 기소유예로 풀려났다”는 두 문장으로 언급했다.

김 목사 외에 정치인 김영삼 전 대통령·박기출 씨, 6.25 전쟁 때 고아를 돌본 알로이시오 신부, 이태석 신부, 장기려 박사 등이 서구를 빛낸 인물로 소개됐다.

부산 광복회 관계자는 “일본강점기에 학생과 교인 등을 강제로 일본 신사에 데려가 참배한 대표적인 친일 인사를 서구를 빛낸 인물로 선정한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며 “서구에 경위와 함께 인물 삭제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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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구가 발간한 홍보 책자 중 친일파 김길창이 들어간 목차

한국민족문화연구소 관계자는 “집필 과정에서 서구가 교육 관련 인사도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해 회의 끝에 김 목사를 추가했다”며 “친일행위를 함께 서술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집필진에 김길창 목사를 꼭 포함해달라고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김 목사가 친일 논란이 있지만, 교육 업적도 있어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wink@yna.co.kr

<2017-10-25> 연합뉴스

☞기사원문: 부산 ‘서구 빛낸 인물’에 친일인사 등재…광복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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