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시론] 박근혜정권 퇴진 범국민촛불 1년, 촛불시민혁명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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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가 조정래는 <태백산맥>을 통해 한반도의 역사와 그 역사 속에서의 민초들의 신산한 삶을 ‘한(恨)의 모닥불’로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한반도의 역사는 민초들의 한이 큰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룬 ‘한의 물줄기’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런 한 맺힌 세월을 뒤집기 위해 격렬히 항거했던 우리 국민들의 ‘저항의 모닥불’과 ‘투쟁의 물줄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과 민주주의가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많은 국민들은 핏빛 5월과 뜨거운 6월이 오면 가슴이 한없이 부풀어 오릅니다. 5·18 광주민중항쟁의 처절한 투혼과 87년 6월 항쟁의 뜨거웠던 함성이 동시에 되살아나 역사의 조울증을 겪기도 합니다. 올해 5·18 추모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현 정부는 5·18 민중항쟁과 촛불시민혁명을 계승한 정부라고 선언하기도 했지만, 촛불시민혁명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4·19에서 부마항쟁과 5·18로, 5·18에서 6월 민주항쟁으로, 6월 민주항쟁에서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의 발전으로 그렇게 면면히 이어오는 우리 민초들의 투쟁과 저항의 역사가 있었기에, 그 놀라운 역사적 경험에 대한 국민들의 공유가 있었기에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촛불혁명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2016년을 살았고, 2017년을 살고 있는 국민들 모두는 지난 여섯 달 동안 전개되었던 촛불집회를 앞으로도 두고두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2016.10.29.~2017.4.25.까지 총 23차례 범국민촛불행동 진행했는데, 무려 1700만여 명이 참여했다. 평일 촛불집회,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촛불집회 참여자들까지 합산하면 연인원·총인원은 2천만여 명이 넘는다) 매주 토요일 엄청난 국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의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전후해서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모임과 지인들과의 미팅 약속을 병행해서 잡기도 했으니, 개인의 삶과 역사적 격변이 조화를 이룬 경이로운 체험을 우리 모두가 함께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촛불시민혁명을 가능하게 만들었을까요? 박근혜 정권의 그간의 악행과 실정에 대한 깊은 실망,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엄청난 분노, 그리고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회복을 바라는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이 이 위대한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민·중산층들과 노동자·농민·중소상공인들도 열심히 일하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공정하고 따뜻한 사회에 대한 바람과, 재벌·대기업·특권층·부동산 부자들만의 대한민국이 아닌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정의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간절한 기대가 범국민적인 항쟁으로 승화되었기에 세계가 깜짝 놀란 주권자혁명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작금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헬(hell)조선’이라는 이 나라에서 극심한 민생고·불평등·양극화·불공정에 허덕이고 있고, 그것은 비참하게도 자살율 1위, 출산율 최하위, 최장 노동시간, 최악의 산업재해라는 통계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국민을 위해서 일해야 할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이 엉뚱하게 재벌총수 집단과 최순실·정유라 일당 등에게만 부당한 특혜와 이익을 주는데 악용되었으니 우리 국민들이 대폭발(big bang)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렇듯 전 세계인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준 촛불시민혁명을 일궈낸 우리나라 국민들이 참 든든하고 고맙고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촛불혁명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박근혜 퇴진·구속을 넘어 이명박·박근혜의 온갖 악행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이번 사태의 공범이자 최고 적폐인 재벌들의 뇌물공여·정경유착에 대한 심판과 개혁 역시 끝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양극화·민생고·불평등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며, 우리 사회의 안정성·공공성 제고와 노동이 존중받는 민주주의의 확립이 필요하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같은 사태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고 유사한 주권 유린 범죄들도 철저히 예방될 수 있도록 검경·언론·공직사회 개혁 또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위 사항들이 실현되어야 비로소 촛불시민혁명이 완수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자유한국당과 일부 수구·기득권 세력들의 적폐 청산 및 사회개혁에 대한 방해 시도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꼭 필요한 적폐 청산이나 개혁적 조치, 그리고 국민들을 위한 좋은 정책 실현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청산되어야 할 적폐 세력이 앞장서서 적폐 청산이나 개혁 조치를 반대하는 짓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국정농단 사태 못지않은 지난 9년 동안의 정권 차원의 악행이 밝혀지고 있고, 그래서 국민 대다수가 이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과거의 불법행위와 온갖 악행을 고백하고 석고대죄하면서 건강한 보수세력으로 거듭나는 것이 자유한국당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 이를 끝까지 거부한다면 결국 국민들의 불같은 심판을 피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과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해봅니다. 정당·노조·시민사회단체·농민회·중소상공인회·학생회 등이 활성화되고 그들의 수평적 네트워크가 강화될수록 좋은 정책이 실현되고 튼튼한 민주주의로 발전한다는 측면에서 국민들께서 좋은 정당과 노동조합, 그리고 각종 시민사회단체에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그것이 촛불시민혁명을 우리 일상에서 계속되는 역사로서 계승하는 가장 지혜로운 방안입니다. 친일문제 청산에서부터 역사정의 실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과 민족화해·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해온 우리 민족문제연구소에 더욱 많은 시민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함께 해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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