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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문학상 시상, 반대집회에도 불구하고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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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올해 문단의 화두 중 하나는 친일문인 기념문학상이었다. 특히 2001년 제정 이후 한국문단에 뿌리박혀버린 미당문학상은 16년 말 본격화된 반대 운동으로 인해 쟁점으로 부각됐으며, 17년에는 송경동, 심보선, 이장욱 시인 등이 후보에 오르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다.

제17회 미당문학상 수상자는 박상순 시인이었다. 미당문학상 시상식이 진행 중인 12월 5일 프레스센터 앞에는 플래카드를 들고 두툼하게 차려입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역사정의실천연대, 역사교육바로세우기시민네트워크, 청년문학회 ‘부도심’ 등 친일문학상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미당문학상 폐지를 위한 항의집회에 참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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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는 “친일문학상 폐지하라”, “미당문학상 웬말인가”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휘날렸으며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집회한 참여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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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훈 시인

한국민예총 권역 상임 이사장 정세훈 시인은 규탄 발언을 통해 “기득권자들, 권력자들이 역사의 거짓을 만들어왔다. 그 와중에 가장 양심적이어야 할 예술에서 촌철살인의 정신으로 임해야 하는 작가들이 아직도 친일행위를 한 자를 기리고, 상을 만들고 심사하고 주고받고 있다.”며 “본인들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년문학회 ‘부도심’의 조정빈 씨는 “처음에 예술을 배웠을 때 예술에는 사람의 진정성이 있어야 빛을 발한다고 배웠다. 예술은 육체가 아니라 영혼을 배불리기 위한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국가, 뿌리를 배신한다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기만에 가까운 위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작가의 친일 행위를 비판했으며 “후대에 이어질 문학의 대를 위해 끊어야 할 것은 끊어야 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문학상과 친일문제에 관심을 가져서 진정성 있는 예술과 문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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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친일문인들은 전혀 단죄되지 않았다.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해방 이후, 친일문인들은 한국문단의 권력자가 되었다.”고 지적했으며 또한 문단의 작가들이 문제의식 없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수상하는 모습에는 진지한 성찰과 결단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엄중한 삶과 문학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할 문학인들이 가장 먼저 삐뚤어진 성향으로 문학정신을 왜곡하였다. 문학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마저도 오염시켰다.”며 “친일문학과 친일문인 기념문학상은 문학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앞에 놓인 역사의 문제인 것이다.”고 말하고, 중앙일보의 미당문학상 운영 및 수상자 선정 중단, 심사자와 수상자들에 대한 자성 촉구, 문학인들의 심사와 수상 거부 촉구 등을 요구했다.

한편 같은 시각 프레스센터 19층 국제회의장에서는 미당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중앙신인문학상에 대한 시상식이 이뤄지고 있었다. 엄동설한의 바깥 날씨와는 국제회의장은 따스했고 정장 차림의 문인들과 관계자들이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개인 차량을 타고 온 이들은 시위가 이뤄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고, 입구를 경유한 이들은 고작 몇 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신경 쓸 거리가 아니라고 비아냥거렸다.

최승호, 최정례, 구효서, 하성란, 정용준, 유희경 등 국내 문단의 주요 작가들과 문학동네 염현숙 대표, 현대문학 김영정 기획이사, 문학과지성사 이근혜 편집장, 은행나무 백다흠 편집장 등 출판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상의 축하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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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문학상 수상자인 박상순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저의 개성을 유지할 수 있는 태도를 잊지 않을 것이며, 전체와 개별적 존재 사이의 관계 속에서 문학이란 무엇인지, 또 정말 무엇이어야 하는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축사를 맡은 정병규 북디자이너는 박상순 시인의 시집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를 받아봤을 때 깜짝 놀랐었다며 “우리나라 삼대 시론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며 박상순 시인과의 오랜 인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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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ksh@news-paper.co.kr

<2017-12-06> 뉴스페이퍼

☞기사원문: 미당문학상 시상, 반대집회에도 불구하고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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