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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다시 쓰는 ‘4월 항쟁’…침묵에서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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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 4·16촛불혁명, 4·19혁명 등 ‘잔인한 4월’의 흔적들…”아팠지만, 평화와 인권 되새기는 미래가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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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2016년 12월3일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전국 70여 개 도시에서 동시다발로 개최된 이날 촛불집회에는 200만명이 참석했다./사진=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4월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잔인하고 아픈 달로 기억된다. 제주 4·3 사건을 시작으로 4·16 세월호 참사, 4·19 혁명까지 한국 근현대사 중 수많은 희생과 이에 따른 정치·사회적 변화가 가장 큰 폭으로 이뤄진 역사적 사건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통한 촛불혁명이 가져온 변혁은 6·10 민주항쟁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와 본질을 다시 각인했다는 점에서 시민혁명의 분수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혁명이나 항쟁으로 기억될 법한 ‘희생의 4월’은 그 잔인한 아픔의 기억에도 그간 침묵과 무관심 속에 간과되기 일쑤였다. 올해 4월은 그러나 허투루 조명되지 않았다. 지엽적 사건으로 방치하거나 독립된 개별 사건으로 치부하지 않고 공동의 슬픔을 통해 ‘기억될’ 역사로 함께 ‘행동’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의 공감대가 ‘이게 나라냐’라는 키워드로 모이면서 역사 재조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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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4주기인 지난 16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모문화제서 추모객들이 세월호가 그려진 깃발을 따라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박찬식 제주 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위원장은 “지금까지 국가가 인권과 법치 등 최소한의 근대국가로서 갖춰야 할 장치를 방기하며 국민을 대했던 역사에서 촛불혁명이 주는 의미가 컸다”며 “이를 통해 과거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제주 4·3 사건은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3만 명의 주민이 희생당한 아픈 역사로 기억된다. 2003년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돼 2014년 4·3 희생자 추념일까지 지정됐지만, 지난 10년 사이 보수정권의 통수권자가 추모행사에 참석한 전례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행방불명인 표석까지 방문하면서 4·3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관심도 뜨거웠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4·3 특별전을 여는 것을 비롯해 광화문 국민문화제, 전국 주요 도시 분향소 운영 등 역사 다시보기 바람이 일었고 4·3 사건을 소재로 한 최초의 소설 ‘순이 삼촌’의 현기영 소설가 등 4·3 문학의 거장들이 재조명됐다.

양정심 제주 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학술위원장은 “무엇보다 4·3 사건이 미래 시대와 만나면서 평화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중요했다”며 “아픈 역사를 공유함으로써 화해와 상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박제된 역사에서 벗어나 미래와 함께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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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 70주기인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주4.3희생자들의 분장을 한 시민들이 403광화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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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사건’ 산중간지대로 대피한 주민들 모습(1948년)/사진=nara

민주주의 역사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촛불혁명의 계기가 된 세월호 참사 역시 올해 4주기를 맞아 재조명됐다. 지난 정권에서 억압한 문화 행사들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져 ‘잊지 않겠다’는 취지를 복원했다. 2014년 4월16일 학생을 태운 세월호가 전복되면서 30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정부의 외면으로 촛불 혁명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고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정의가 다시 환기됐다.

영화·음악·연극·출판계 등에선 각자 방식으로 추모 물결을 이어갔다. 지난 1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그 날, 바다’는 개봉 3일 만에 누적 관객 12만 명을 돌파, 정치시사 다큐 영화 사상 최고 흥행 속도를 냈다. 대학로 연출가 집단 ‘혜화동 1번지’는 10편의 작품을 모은 기획초청공연 ‘세월호 2018’을 진행하고, 한 음반사는 2016년부터 이어진 촛불 집회에서 울려 퍼진 민중가요 12곡이 담긴 음반을 발매했다.

출판사 창비는 ‘금요일엔 돌아오렴’ 등 세월호 관련 도서 판매 수익금 2억 5000만원을 기부해 세월호 참사를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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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9 학생시위’ 1960년 4월18일 국회 앞 학생 시위 장면./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과

근현대사 최초의 민주혁명으로 기록된 4·19 혁명은 부정선·거로 점철된 이승만 자유당 정권을 쓰러뜨리는 학생의 봉기였다. 이를 기념하는 행사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열렸다. 4·19 민주 혁명회 등이 주최하는 4·19혁명 국민문화제가 록페스티벌, 국제학술회의, 연극제, 서예대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세분화한 것.

주최 측 관계자는 “그간 잊었던 4·19 혁명의 의미를 되살리고 다양한 세대가 자유와 민주, 정의의 4·19 정신으로 하나가 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그간 소홀히 다뤘던 ‘4월 항쟁’들에 대한 관심이 시민단체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다시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민족사적인 의미에서 이런 사건을 보는 국민의식의 첫 단추가 끼워진 걸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4월이 아프고 어두운 역사로만 기록될 것 같지는 않다. 오는 27일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은 추운 겨울의 역사에서 따뜻한 봄의 평화 행진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점에서 상생의 단추 하나가 추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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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를 다룬 영화 ‘그날, 바다'(왼쪽) 포스터와, 도서 ‘금요일엔 돌아오렴’ 표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배영윤 기자

<2018-04-21>머니투데이

☞기사원문: 민주주의 다시 쓰는 ‘4월 항쟁’…침묵에서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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