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시대 개막을 환영한다
1.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시대’ 개막을 선언하고, △남북관계의 전면적·획기적 발전 △군사적 긴장완화와 상호 불가침 합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협의하고 「판문점선언」에 합의하였다. 남북 정상은 남과 북 사이에 합의했지만 실제로 이행하지 못하였던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남북이 한번 합의한 것은 반드시 이행해 나간다는 원칙”을 천명하였다. 4.27 「판문점선언」으로, 해방이후 분단과 전쟁으로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입은 우리 민족은 이제 다시 새로운 평화와 번영, 통일의 시대를 가슴 벅차게 내다볼 수 있는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2. 한국사회에서 통일운동의 진전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1960년 4월혁명 직후 분출된 분단체제의 고착화를 막기 위한 통일논의는 반공을 국시로 내건 5·16군사쿠데타에 의해 압살되었다. 이후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탄압받던 통일운동은 87년 6월 항쟁의 열기에 힘입어 1988년부터 다시 분출되기 시작했다. 2000년 남북정상이 합의한 6·15 남북공동선언은, ‘국가연합 내지 낮은 단계의 연방이라는 중간과정을 거쳐서 통일로 간다.’는 통일방도를 제시한 통일 장전이었다. 이어 평화정착과 평화통일 노선을 한층 더 굳게 정착시키기 위해 2007년 10·4선언이 나왔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대결적 남북관계 정책을 폄으로써,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평화통일정책은 폐기되었고, 한반도에는 다시 냉전시대가 도래하였다.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별로 남북 간 민간차원의 교류운동으로 발전했으나, 이명박 정부는 냉전적 사고에 기초하여 민간교류마저도 철저히 차단 봉쇄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DMZ 국제평화공원, 통일대박, 통일준비위원회 등 백화점식의 장밋빛 구상을 제시하였지만, 오히려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등 남북관계를 냉전시대와 다를 바 없는 국면으로 악화시켰다.
3. 지난 10년간 단절되었던 남북 관계를 다시 복원하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든 동력은 촛불혁명이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내걸고,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포괄적 추진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여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 정착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리고 이번 남북정상 회담을 통해,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할 것이며, 이를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의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분단체제의 극복과 평화와 번영 그리고 민족통일을 다짐한 4.27 「판문점 선언」은, “기존의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한다는 원칙”을 천명하였다는 점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계승한 평화통일의 종합결정판이라 할 수 있겠다.
4. 한국현대사는 탈냉전을 향한 투쟁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해방과 동시에 닥친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하여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분단세력과 맞서 싸워온 통일운동가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기에 오늘의 「판문점선언」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70년 이상 지속된 분단체제에 기생해온 친일-독재-분단 세력은 반공과 냉전의 논리를 내세워 「판문점선언」을 헐뜯고 남북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에 여념이 없다. 수구-냉전 세력은,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것은 민족사의 요구이며, 분단과 대결을 넘어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남북한 모두의 발전과 번영을 위한 민족적 과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5. 헌법은 전문에서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고 선언하였다. 남북한의 통일은 평화주의에 기초한 통일이어야 한다는 평화통일의 원칙이 대한민국 통일의 기본원칙인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상태를 종식하는 평화협정체제를 구축하고 자주 평화 민주 이념에 입각하여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며, 이의 흔들림 없는 이행을 위해 민주주의세력이 확대 강화될 수 있도록 가일층 노력할 것이다.
2018년 4월 30일
역사정의실천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