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신 : 7일 오후 3시]
(친일파 청산 특별법 제정촉구와 함께 최근 국회에서의 친일파 인명사전 예산 전액삭감을 질타한 7일자 [정운현칼럼]에 대해 한 네티즌이 성금모금으로 인명사전 발간비용을 마련하자고 독자의견란을 통해 제안해 왔습니다. 참고로 내년도 발간사업 예산은 5억원이라고 합니다.
‘참세상’이라는 ID를 사용하는 이 네티즌은 국회에서 편찬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얘기를 듣고 “분개하다 못해 너무 슬펐다”며 “국가가 회피하는 일을 서민대중의 힘으로 해내 반민족행위자는 언젠가는 준엄한 역사의 칼날 앞에 서게 된다는 교훈을 남겨주자”고 역설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은 ‘참세상’님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편집자 주)
<친일인명사전> 발간비용을 모읍시다
조회수:25 , 추천:2, 반대:0 참세상(kimhr), 2004/01/07 오후 12:54:33
지난 연말, 대한민국의 국회에서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의 예산전액을 삭감했다는 뉴스를 듣고, 분개하다 못해 너무 슬펐습니다. 총선을 앞둔 선심성 예산으로 수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추가하면서, 그에 비하면 그야말로 코딱지 만한 몇 억원의 예산을 그렇게 잘라버리다니!
흥분한 가슴을 누르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비록 작은 돈이지만 그 돈이 지닌 의미는 수천억원, 아니 수조원의 돈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작업임을 그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더군요. 그들에게는 이 한 질의 책이 담고 있는 ‘역사의 준엄한 평가’가 어찌 두렵지 않으리오.
대한민국 국회가 친일파 청산 특별법 제정은 고사하고, 지난 수년간 몇몇 사람들이 온갖 간난신고의 노력 끝에 겨우 국가예산에 반영된 이 작은 예산을 가차없이 잘라버리는 데는 민족사 앞에 반성할 줄 모르고 철저히 반역사적일 수 밖에 없는 주류국회의원 집단의 가족사와 계급적 기반 때문이겠지요.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은 한국현대사문제의 핵심인 친일문제를 현재적 단계에서 명료하게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현실적으로 성과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법률적 재단 못지 않게 사실적으로 그들의 행위를 활자를 통해 명시적으로 청산하는 역사적 결과가 될 것입니다. 그 토대 위에서 우리는 또다른 논의를 진행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국가기관인 행정부와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몰역사적인 부끄러운 상황이라면 남은 것은 살아있는 국민의 힘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올곧은 역사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나서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요? 마치 촛불 하나 하나가 모여 광화문을 뒤덮었듯이.
제각기 분개하고 허망감만 느끼다가 또 잊어버리지 말고 소수일지라도 뜻을 모은다면, 국민들의 힘으로, 우리들의 손으로, 역사의 이름으로 <친일인명사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알기로는 이 작업은 민족문제연구소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하며 간단없이 준비해 왔고, 머잖아 출판에 돌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오마이뉴스>를 매개로 하든지, 아니면 민족문제연구소를 창구로 하든지 국회에서 삭감한 예산 만큼은 네티즌의 힘으로라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전체 발간 예산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십억대가 넘지 않을까 짐작됩니다만), 한 번 해볼만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직접 발간비용을 모금하는 방법과 출판하면 구입하겠다는 예약제도를 만들어 책 값의 예약금을 미리 받는 것도 좋겠습니다. 물론 더 좋은 방법을 제안할 수도 있겠지요.
개미처럼 작은 정성들을 모아서 국가가 회피하는 일을 서민대중의 힘으로 해내 이제는 정말 반민족행위자는 언젠가는 준엄한 역사의 칼날 앞에 서게 된다는 교훈을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 줍시다. 아니, 우리 당대에 그런 열망을 이루어 봅시다.
그것은 어제의 일이 아니요, 오늘 지금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요, 나아가 내일 우리들의 세상을 희망의 세상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그 속에 얼마나 역사적 함의가 담겨있는지는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천 가능한 창구가 제안되고, 이 꿈이 실현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2004/01/07 오후 2:51ⓒ 2004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