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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청산 만세” 울려 퍼진 명동 반민특위터, 5억 달성 축하

2029

‘5억’ 돌파! 물방울이 바위 뚫었다
명동에 울려퍼진 “친일청산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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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저녁 <친일인명사전> 편찬 성금 5억 달성 기념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독립군가 ‘압록강행진곡’을 다같이 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35신 – 19일 밤 9시20분]

“친일청산 만세” 울려 퍼진 명동 반민특위터
네티즌 150여명 모여 모금운동 5억 달성 축하

“우리는 한국독립군 조국을 찾는 용사로다 / 나가 나가 압록강 건너 백두산 넘어가자 / 우리는 한국광복군 악마의 원수 쳐물리자 / 나가 나가 압록강 너머 백두산 넘어가자…”

19일 저녁 7시. 옛 반민특위가 있었던 자리인 국민은행 명동지점 앞. 독립군가 ‘압록강행진곡’이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 사이로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네티즌 돌이끼(phyk)의 제안으로 마련된 <친일인명사전> 편찬 모금액 5억 달성 기념행사에는 민족문제연구소 조문기 이사장과 반민특위 부위원장 김상돈 선생의 차남 김준형씨, 독립유공자의 후손인 이항증, 차영조씨,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정운현 편집국장을 비롯한 150여명의 모금운동 관계자와 네티즌들이 모여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친일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열기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민족문제연구소 서우영 기획실장은 “오늘은 반민특위의 부활을 알리는 촛불이 켜진 날이다. 이 기쁜 소식을 만천하에 알리게 될 수 있어 기쁘다”며 시종 상기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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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티즌 돌이끼(phyk)의 제안으로 이날 행사는 서울 명동 옛 반민특위가 있었던 자리에서 열렸다. 참가 시민들이 반민특위 표석 앞에 촛불을 내려놓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조문기 이사장과 오연호 대표는 각각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친일인명사전> 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네티즌이 물방울이 되어 친일잔재라는 바위를 뚫었다”는 말로 이번 행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네티즌의 힘으로 친일인명사전 편찬하자”는 등의 구호를 함께 외친 참석자들은 ‘압록강행진곡’을 반복해 합창하며 기쁨을 함께 했고, 김준형씨는 “앞으로도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노력에 게으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즉석 자유발언에 나선 시민 윤영진(54)씨 역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때문에 지금까지 허둥댔는데 이제야 우리가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됐다”며 활짝 웃었고, 축하공연을 펼친 가수 이지상씨는 “11일만에 5억원을 모아낸 것은 네티즌이 이루어낸 새로운 역사”라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천리길’을 불러 참석자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부쩍 추워진 날씨와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참석자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이번에 대학에 진학한다는 김보라(19·대원외고)양은 “친일행적에 대해 사람들이 ‘이제 와서 왜?’ 라며 냉소적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열정적이어서 많이 놀랐다”며 “프랑스는 나치의 지배를 받은 것이 5년 밖에 되지 않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반민족 행위자들을) 샅샅이 밝혀내어 처단했다. 우리도 그런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행사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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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 다니다보니 소식 늦게 알았다”
소설가 황석영도 100만원 쾌척

<친일인명사전> 편찬 모금 5억원 달성을 축하하는 명동에서의 행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던 시간. 기자의 핸드폰이 급하게 울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소설가 황석영씨(사진). 황씨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오랜만에 인터넷을 열어보고서야 (모금소식) 알았다. 늦었지만 힘을 보태고 싶다”며 100만원의 성금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소식을 접하자마자 즉각적으로 모금에 참여하게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황석영씨는 특유의 시원시원한 음성으로 “민족사의 모든 비극이 시작된 이유가 친일잔재청산이 미비했기 때문 아니냐. 정치가 잘못됐다, 국회가 형편없다고 말하지만 아직도 우리 국민들의 올곧은 정신만은 살아있다는 것이 감동스럽고 그 감동에 나도 동참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삼포 가는 길> <무기의 그늘> <장길산> 등의 작품을 내놓으며 문학을 통해 민족과 역사의 문제를 고민해온 황씨는 지난해에도 장편 <심청>을 상재, 소설을 통해 동아시아 근대사를 성찰한 한국의 대표적 작가 중 한 명이다. / 홍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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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손을 잡고 이날 행사에 참가한 8살 우빈군. 우빈군 어머니는 이번 모금상황을 보면서 우빈이와 함께 역사책을 찾아가며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제 8살이 된 김우빈군도 어머니 손을 잡고 행사에 참석했다. 우빈 군은 “역사가 할아버지들이 보고싶어서 왔다”고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대천에서 일부러 아들 손을 잡고 올라온 우빈이 어머니는 “이번에 모금 상황을 보면서 우빈이와 함께 역사책을 찾아가며 공부하고 있다. 과거에 얼마나 끔찍한 일이 있었는지 이제야 알게됐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더불어 “우빈이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같이 참석하게 됐다”면서 더 많이 이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행사를 지켜보던 전도진(24·대학생)씨 역시 “이번 일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역사 바로 세우기’ 시스템 확립을 정부와 시민단체에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민중음악 작곡가인 윤민석씨는 “모금운동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인터넷 독립군가’를 만들었다”며 “내 나름의 방식으로 친일청산의 역사에 동참하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힙합스타일(?)이라는 ‘인터넷 독립군가’는 윤민석씨가 운영하는 민중가요 사이트 송앤라이프닷컴(WWW.SONGNLIFE.COM)에서 들을 수 있다.

“역사적 자리 함께해 기뻐… 특별한 날이어서 친구 데려와”
5억 달성 기념행사 참가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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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두천에서 참가한 이형주(18)양과 진기쁨(18)양.

19일 저녁 7시 10분. 국민은행 명동영업부 앞에 15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친일인명사전> 편찬 모금액 5억 달성 기념행사를 위해서다.

날씨는 비록 쌀쌀했지만 한 손에 든 촛불로 참가자들의 마음은 녹는 듯했다.

8살짜리 아들 손을 꼭 붙잡고 나온 윤형상(38·고양)씨는 “우리는 아직까지 잘못된 과거를 청산한 역사가 없었다”며 “내 아들을 위해서라도 마땅히 친일 역사를 청산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은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텐데 오히려 사회지도층 행세나 하고 있다”며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은 앞서서 나라를 이끌 자신이 없으면 잠자코 있기나 하지 괜히 잘 나가는 나라를 뒤에서 잡아채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멀리 동두천에서 온 학생들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왔다는 이형주(18·보영여고)양은 “친일인명사전을 만든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는지는 몰랐다”며 “역사적인 자리를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아직도 친일 인사들의 문학 작품을 배우고 있다”며 “친구들에게 친일을 했던 작가들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평소 민족문제연구소에 매달 1만원씩 후원회비를 내고 있다는 손영주(55·개포동)씨는 “내 나이가 이미 50대이지만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별한 날인 만큼 고향 친구(이희득·55)를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민족의 비극의 씨앗은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라며 “친일인명사전이 친일파 청산과 역사 연구 자료 마련의 시금석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권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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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2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열린 친일인명사전 성금 5억원 모금 달성을 기념하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모금운동에 동참한 네티즌들의 이름이 적힌 통장과 저금통을 들고 서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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