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록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뒤이어야 할 일부 언론 폐기 운동
친일인명록 정부예산안 폐기로 불어닥친 네티즌의 자발적 성금모금을 보며 가슴 뭉클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이드신 어르신들만은 아닐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보여준 ‘젊은한국’의 파워인 네티즌들이 민족의 굴절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시도는 우리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희망을 노래하기에 충분한 성과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친일인명록의 발간이야말로 역사 바로세우기의 첫 걸음일 뿐이란 사실이다. 이제 겨우 우리가 청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기본 조사를 시작한 것일 뿐이다.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반민특위)가 수포로 돌아간 지 반세기가 지나서야 시작되는 이 시도가 늦은감이 있지만, 이번 기회마저 놓쳐 버린다면 우리 민족은 그야말로 미래를 노래할 자격이 없는 암울한 민족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때를 놓쳐버려 벌써 반세기 이상 지나버린 친일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는 없을 테고 설령 그렇게 처벌할 수있다 해도 국민들 사이에 일어날 반목과 분열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미 역사를 바로 세우기에 늦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들이 반민족행위가 결코 일어나선 안되는 범죄 행위임을 각인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또 사대주의와 민족주의라는 철 지난 사상싸움으로 점철될지도 모른다.
친일인명사전의 발간 이후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개인의 친일행위가 아닌 집단의 친일행위인데 친일 행위를 한 명백한 증거가 있는 단체가 현재까지 있다면 어떻해야 하겠는가? 그것도 일반 단체가 아니라 국민의 여론을 좌우할수 있는 영향력있는 언론단체라면 그 사태의 심각성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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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하되 잊지는 않겠다.”
▲ 일제시대 조선일보의 모습 – 한때 ‘민족지’로 알려졌던것과는 실상이 많이 다른것으로 들어나고 있다.
ⓒ2004 박대식
계속해서 드러나는 조선, 동아일보의 친일 기사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해야 할 것이며 이 단체의 존폐여부 또한 국민들의 역사바로세우기 논의에 분명히 포함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논의자체가 현 정부와 조선,동아일보 사이의 불편한 관계로 야기된 ‘정치적 노림수’라는 부정적 시각 때문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 못하지만 친일행위가 분명히 밝혀진 단체의 생명을 연장시켜줄 면죄부로서는 미약한 면이 없지 않다.
▲ 전투기한대 10만원하던 시절 100만원을 받고 폐간을 하면서 남긴 폐간사 “더욱히 동아 신질서 건설의 위업을 성취하는데 만의 일이라도 협력하고자 숙야분려한 것은 사회일반이 주지하는 사실이다.”
ⓒ2004 박대식
역사의 심판이 언론사라고 무마되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이다. 물론 지금의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의 기자나 편집부는 친일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친일파들이 해방 이후에도 친일파였을까? 따라서 친일 언론들의 존폐를 묻는 이유 또한 그들의 ‘태생’과 ‘법통’때문임을 잊지말자.
▲ 일부언론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신문사들의 전 사주의 이름이 거론됐다는 이유로 반민특위를 감정적으로 살생부나 작성하는 단체로 치부하고 민족지도자인 김구선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포기한 기사까지 쓰기에 이르렀다.
ⓒ2004 박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