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가 열린 7월 12일 서울 힐
튼호텔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야욕
을 상징하는 행사라고 지적하며, 침략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 한국 영토에서 자위대 창설 기념행
사를 개최하는 것은 외교적 무례이자 도발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사드배치 결
정이 자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내팽개친 채 미국과 일본의 전쟁수행 도구로 전락한 것 이라고 평가하며, 이런 상황에서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가 열린 것은 너무나 치욕적이라고 분개했다.
행사시작 시간인 오후 6시가 가까워지고 각국 외교관들과 한국 정부 측 인사들이 속속 나타나자 집회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외교관 차량의 행사장 진입을 막으며 강하게 항의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집회 현장을 찾아 “위안부 문제 해결도 안하면서 남의 나라에서 무엇을 하느냐. 분해서 못견디겠다”고 항의했다.
이번 집회에는 연구소 운영위원회(위원장 여인철)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였으며, 평일임에도 불
구하고 여러 지부장들이 직접 참석해 열기를 북돋웠다.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에 대한 민족문제연구소 논평]
참을 수 없는 일본정부의 오만, 그 보다 더한 한국정부의 비굴함
주한 일본대사관이 오는 12일 백범 광장과 안중근의사기념관 코앞의 한 호텔에서 일본 자위대 창설 62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한다. 60주년이었던 지난 2014년 롯데호텔에서 성대한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다가 반대 여론에 직면한 이후 대사관저로 장소를 변경한 사실을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올해 다시 대한민국 수도의 심장부에서 공공연하게 도발과 다름없는 행동을 벌이는 데는 한일관계에 있
어 전방위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일본의 자만심이 깔려있다.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일본의 외교적 결례도 문제이지만, 갈 데까지 간 현 정부의 굴욕적인 대응이 안하무인격의 방자한 태도를 자초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은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에 편승하여 안보법제를 개정하였으며, 나아가 ‘평화헌법 9조’를 폐기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하고자 하는 야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도 진정성 있는 반성의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부정하고 은폐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전범기업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한 뒤 강제동원의 역사를 명기하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렸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급기야 아베 총리가 일본군과 ‘위안부’의 무관함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기관을 설치하겠다고 공약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믿을 수 없는 이웃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무능한 외교의 진수만 보여줄 뿐이다.
‘황군’의 부활이 목전에 다가온 이 엄중한 시기에, 국방부는 한심하게도 자위대와 결연이라도 한 듯 당당하게 국방교류를 위해 자위대 창설을 축하하겠다고 밝혔다. 야금야금 협력관계를 강화해나가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우호적인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오는 7월 31일은 1907년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 군대가강제로 해산된 치욕스런 날이다. 그 같은 치욕을 잊고 자주성을 상실한다면 부끄러운 역사는 언제든지 되풀이 될 수 있다.
1875년 운요호 사건 이래 일제침략 70년 식민지배만 해도 35년간 온갖 고통을 겪고도, 아직도 이 나라에는정신을 차리지 못한 부류들이 많다. 친일 독재를 미화하며 역사쿠데타를 멈추지 않는 현 정권과 이를 지지하는 극우세력들의 이중적 역사인식을 볼 때 특히 그러하다. 식민지시기를 미화하고 친일세력을 비호하면서 어떻게 일본의 행태를 나무랄 수 있겠는가.
일본이 자위대 창설을 기념할 일이 아니라 전쟁 범죄에 대해 치열하게 반성하고 책임을 다해야 함은 두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도 분노하는 민심을 직시하고 굴욕적인 한일관계를 청산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친일정권’이라는 세간의 평이 역사서에 금석처럼 새겨질 것이다.
2016. 7. 8. 민족문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