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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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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전쟁, 과거를 해석하는 싸움> 김정인 지음 │ 책세상 펴냄

35일찍이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로 정의했다. 과거의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현재의 시선에 더 무게를 둔 역사관이다. 카의 이러한 시각은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각각의 역사가가 가진 생각과 현실 인식은 다양한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카의 이러한 역사에 관한 정의가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하나의 시각으로 획일화된 역사를 만들기 위한 특정 정치 세력의 공격과 이를 막아내기 위한 역사학계의 반격으로 ‘역사전쟁’이 시작되었다. 뉴라이트의 등장과 함께 역사학과 역사교육은 줄곧 보수·우파의 이념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구심점을 찾던 보수·우파는 역사 교과서를 표적 삼아 이념전쟁을 펼쳤다. 보수·우파의 교과서 공격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분단 상태로 남아 있는 대한민국에서 발발한 역사전쟁의 양상은 조금 더 복잡했다. 대한민국에서 이념은 역사학과 역사교육 내부에 존재하는 시각의 차이를 무력화할 만큼 강력한 무기였다. 독립과 친일청산, 권위주의 정부의 등장, 산업화, 민주화 등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해석이 이념의 프레임을 거치면서 종북좌파의 이데올로기, 자학사관으로 둔갑했다. 이렇게 권력에 의해 역사가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되어 민주주의적 합의와 절차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 책은 국정 교과서로 촉발된 보수세력과 역사학계의 갈등인 역사전쟁의 원인과 과정을 과거 국정 교과서와 이념의 문제를 통해 분석한다. 또 이념 대결의 양상을 보이는 현재의 역사 전쟁은 승자의 시각에 따라 왜곡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논의를 이념의 대결장에서 학문의 공론장으로 옮겨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래야만 민주 시민을 길러내는 바른 역사교육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뉴라이트의 ‘자랑스러운 역사’ 이념 대결의 장이 된 교과서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의 민주화 세력의 집권 10년을 상징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과거사 청산’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등이 연이어 출범하자 보수세력은 자신들의 정체성이나 헤게모니가 손상당할까 우려했다. 때마침 등장한 뉴라이트는 이런 과거사 청산 움직임에 “자학사관을 퍼뜨리며 지배세력 교체와 기존 질서 해체를 위한 ‘과거와의 전쟁’에 자신의 명운을 걸고 있다”며 맹공을 퍼붓는다. 뉴라이트가 보기에 대한민국은 자유주의 문명사관을 꽃피운, 경이로운 역사 그 자체다. 건국 이후 공산주의와 싸우며 자유민주주의
를 이룩했고 시장경제 원칙을 정착시켰으며 교육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는 2005년 교과서포럼을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역사전쟁’에 나선다. 교과서포럼은 기존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친북 좌파적 교과서’라고 비판하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보수 정권이 들어서자 뉴라이트는 자신들의 사관에 입각한 대안 교과서를 내놓는다. 하지만 뉴라이트의 교학사 역사 교과서는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오류투성이의 교과서였다. 당연히 탈락했어야 할 뉴라이트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자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는 즉각 검정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고, 정치권과 언론까지 편을 갈라 격전을 치렀다. 그러나 보수정권이 들어서 역사전쟁의 당사자로 등장하면서부터 정쟁의 성격이 더욱 강화되었고, 민주주의적 절차와 합의를 무너뜨리는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이를 비판하는 역사학계에 보수·우파는 이념 공세를 펼치며 권력을 비호했다. 박근혜 정부는 교학사 교과서 검정 파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역사 교과서가 내용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니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다.

‘이념의 대결장’에서 ‘학문의 공론장’으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역사교육
뉴라이트와 보수정권은 왜 역사 교과서에 목을 매는 것일까? 역사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역사에 관한 생각이 곧 현재를 어떠한 생각으로 살아가는가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래에 대한 전망과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 전후 독일에서 벌어진 역사전쟁을 분석한 에드가 볼프룸은 ‘역사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과거 해석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리라 예측했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대한민국에서 현실이 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전쟁은 기본적으로 ‘역사해석에 대한 이념의 공격’이다. 즉, 뉴라이트에 맞선다는 것은 그들과 이념 대결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이 역사학계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이다. 학문과 교육의 차원에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종북 프레임과 친일 프레임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변질되어버린다. 상대를 종북 좌파, 혹은 친일파로 몰아세우는 극단적인 형국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들면서 보편 가치를 토론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뉴라이트가 바라는 전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프레임에 갇혀서는 그들을 이겨내기 힘들다. 저자는 역사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전장을 ‘이념의 대결장’에서 ‘학문의 공론장’으로 옮겨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저자는 처음 국정화가 시행된 1974년판 국정화 교과서부터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포함된 2014년 8종 검정 교과서에 이르기까지 쟁점으로 떠오른 현대사의 체제를 모두 분석한다. 유신시대의 국정 교과서는 현대사를 어떻게 기술했는지, 뒤이어 등장한 전두환 정권하에서의 역사 교과서는 개발 독재와 민주화 운동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국정에서 검정으로 변화한 뒤에는 이 부분들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교과과정표를 통해 보여준다. 이어서 뉴라이트가 역사전쟁에서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이념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냉전’이란 빛바랜 단어가 아직도 현존하는 대한민국에서,
보수·우익에게 이념은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되어왔음을 보여준다. 뉴라이트는 반공주의를 통해 친일 청산 실패와 독재로 이어지는 어두운 과거를 은폐했고, 시장주의 사관을 통해 경제성장과 산업화 과정을 미화했다. 문제는 뉴라이트 사관이 승자의 역사를 전적으로 긍정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뉴라이트 사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있는 뉴라이트 사관에 따라 만들어진 교과서가 과연 ‘올바른 교과서’인지 반문한다.
저자는 하나의 시각으로 역사교육을 획일화하려는 시도가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권력과 이념에 흔들리지 않는 역사가들의 건강한 시각이 고루 공존하는 역사와 역사교육을 지켜내야만 민주적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당연한 권리임을 강조한다. ∷ 출판사 서평

4·16단원고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 약전작가단 지음 │ 경기도교육청 엮음 │ 굿플러스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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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출간한 416단원고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은 총 12권으로 구성된 문학 작품이다. 이 책은 작업의 의의와 참여 작가 규모 등으로 우리 문학사의 큰 획이 될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온 국민의 가슴을 멎게 한 세월호 참사. 416단원고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은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250명 중 231명)과 교사들(11명) 그리고 아르바이트 청년들(3명)의 약전略傳을 엮은 책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 교사, 청년들의 삶과 꿈을 영원히 기리기 위한 취지로 139명의 약전 작가단이 유가족과 친구, 동료들을 인터뷰하며 가족들을 깊이 배려하고 그 정서를 공감하며 집필하였다.
1권에는 사건 당시 2학년 1반 희생 학생들의 약전이, 2권에는 2학년 2반 희생 학생들의 약전이, 그렇게 열 권의 책에 열 개 반 학생들의 약전이 담겨 1~10권이 만들어졌고, 11권에는 선생님들의 약전이, 그리고 12권에는 추모의 글과 작가들의 소회, 당시 함께 희생된 아르바이트 청년들의 약전 그리고 단원고를 중심으로 하는 포토에세이 등이 실려 있다.
하나하나의 글에는 각각의 우주가 담겨 있어서, 글을 모은 12권의 전집은 은하수를 이루게 된다. 그래서 그때 그 사건이 얼마나 참혹한 일이었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약전의 작가는 모두 139명으로 소설가, 동시인, 동화작가, 시인, 극작가, 르포작가, 기자 등 역량 있는 문단 작가들이 두루 참여하였다. 발간의 기획과 진행은 경기도교육청의 ‘약전발간위원회’(위원장 유시춘, 위원 노항래, 박수정, 오시은, 오현주, 정화진)가 담당하였고, 굿플러스북(출판사)이 펴냈으며, 엮은이는 경기도교육청이다.
경기도교육청은 2014년 교육감 인수위원회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후 약전발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발간위원회는 139명의 작가들과 함께 2015년 한해 동안 취재 및 약전 집필 작업을 진행하여 책을 펴내게 되었다.
이 책은 416가족협의회 유가족들에게 우선 헌정되고, 경기도교육청을 통해서 경기도 내 각급 학교에 보급, 전국 교육청을 통해 여러 학교에 보급될 예정이다. 또한 전국의 서점(온라인서점 포함)과 출판사 홈페이지(www.416book.com)를 통해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도 시판될 예정이다. ∷ 출판사 서평

<한국기독교 흑역사> 강성호 지음 │ 짓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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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기독교의 과거사 청산 문제를 다룬 글은 적지 않았으나 엄밀하고 실증적인 검토는 매우 부족했다. 이 책은 한국기독교의 식민지 경험, 한국전쟁, 냉전, 군사독재, 산업화 등의 근현대사 흐름속에서 한국기독교가 타협했던 역사적 과오를 추적한다. 호교론적 한국기독교사 서술의 한계를 지적하고 대항기억을 재생하기 위한 비판적 논점을 제시한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눌 수 있는데, 제1부는 ‘식민지 경험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한국기독교가 제도화의 길을 걷게 된 점, 침략전쟁을 지원하게 된 점, 교회의 생존과 보호라는 논리로 친권력을 내재화한 점 등을 다루고 있다. 제2부는 ‘한국기독교의 왜곡된 정치 참여’라는 주제로 민간인 학살에 기독교가 가담한 일, 부정선거에 개입한 일, 반공주의를 내면화한 일 등을 다룬다. 제3부는 ‘한국기독교의 사회적 추문’이라는 주제 하에 부동산에 저당잡힌 기독교의 민낯과 무례한 기독교의 태도, 친자본주의를 내재화한 역사를 다룬다.

한국기독교는 주류문화에 편승하기 위해 제도적 교회로의 길을 선택한다. 일제 강점기시기에 선교회들의 법인 설립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한국기독교는 제도화의 과정을 걷게된다. 특히 선교와 교육의 목적으로 설립했던 학교들의 유지와 확장을 위해 국가 권력에 의존하는 전략을 선택했던 것이다. 기독교의 부일협력의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볼수 있다. 즉 한국기독교의 부일협력은 강압적인 조건 하에서 수동적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한국기독교의 이해관계에 의해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차원에서 참여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기독교는 평화적 종교의 이미지보다는 호전적 종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기독교는 전쟁을 옹호해왔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도 교회의 생존과 유지를 위해 식민지 조선의 기독교는 황국신민의 정체성을 갖고 자발적으로 물자지원의 형태로 전쟁에 협력했다. 식민 조선의 기독교가 국민총력조선연맹의 가맹단체가 되면서 보다 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형태로 전쟁에 협력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비행기헌납운동에서는 친일자본가를 제외하고는 종교계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을 보아도 한국기독교는 평화의 종교로서의 입지를 지키지 못하고 타협하고 말았다. 문제는 전쟁
협력의 논리를 성서적으로 정당화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내선일체라든지 창씨개명 등을 통해 한반도를 교두보 삼아 대동아공영권을 구축하려는 일제의 침략전쟁을 적극 옹호하는 성서해석이 남발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예수나 바울은 전쟁의 아이콘으로 활용되었고 그들이 전한 기독교의 공동체 이념은 일제의 제국 야욕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되짚는 이유는 과거의 오류를 오늘과 미래에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실증적 자료에 대한 발굴이 더 필요한 이유는 추상적 비판과 피상적 대안제시에 머물지 않기 위함이다. 한국기독교의 과거의 ‘흑역사’가 기독교인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 이는 단지 ‘개독교’ 현상을 비판하면서 자학하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의 정확한 현주소를 파악하고 한국기독교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이제 주류문화 편승을 욕망하거나 권력 지향적인 기독교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 성서의 가치를 따라 사회적인 약자들을 옹호하고 민중들의 삶의 현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남북분단의 체제 논리를 공고화하는 일에 기독교가 앞장 설 것이 아니라 평화적 체제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불균등한 경제 현실의 중심에 기독교가 자본가들 편에 설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고통을 함께 품어가야 한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의 ‘흑역사’를 겸허하게 되짚고 냉정하게성찰하는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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